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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한물간 유망주’서 K리그1 득점 선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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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개막전 ‘35초 번개골’ 주인공

6경기 7골… 시즌 개인 최다골 넘어

8년전 울산서 윤정환 감독과 인연

“감독님 보고 합류” 자유계약 강원행

동아일보

K리그1에 데뷔한 2018년에 5골을 넣으며 기대를 모았던 이상헌(강원)은 2021시즌 K리그2(2부), 지난 시즌 K4리그(4부)로 활동 무대 레벨이 떨어지며 점점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2015, 2016년 울산 사령탑으로 당시 울산 현대고에서 뛰던 자신을 눈여겨봐 왔던 윤정환 감독과 8년 만에 강원에서 재회한 이상헌은 이번 시즌 첫 6경기에서 7골을 몰아 넣으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프로축구 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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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가 축구를 참∼ 잘하네.”

이상헌(26·강원)은 지난겨울 컨디션 유지 차원에서 종종 조기축구회 경기를 뛰었다. 그때 이상헌이 프로 선수인 줄 몰랐던 한 어르신이 수비부터 공격까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활약하는 그를 보고 이렇게 칭찬했다. 이상헌은 “경기 감각을 키우는 게 목적이라 조기축구라고 살살 뛰지 않았다”면서 “저 칭찬을 받으면서 ‘누구나 알아볼 정도로 프로에서도 축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상헌은 이제 프로에서도 모르면 안 되는 선수가 됐다. 이상헌은 올 시즌 개막전에서 제주를 상대로 경기 시작 35초 만에 득점을 올렸고 최근 두 경기에서는 연달아 2골을 성공시켰다. 그렇게 6경기에서 벌써 7골을 넣었다. 현재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 득점 1위가 이상헌이다. 이전까지는 2018년 5골(23경기)이 K리그1 개인 최다 득점 기록이었던 이상헌은 “축하 연락을 많이 받아 꿈꾸는 것처럼 얼떨떨하다. 시즌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게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헌은 K리그2(2부 리그) 팀 부산 소속이던 지난해만 해도 ‘한물간 유망주’ 소리를 들었다. 2017년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에 뽑혔던 선수가 K4리그(4부)에 있는 2군 팀에서 시즌을 마쳤으니 아주 틀린 평가도 아니었다. 이상헌은 “시즌 초반 부상을 당했다. 복귀를 앞두고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싶어 자청해 K4로 갔다. 그런데 그 뒤로 기회가 안 오더라”라고 말했다.

그에게 기회를 준 건 윤정환 강원 감독이었다. 2015, 2016년 울산 지휘봉을 잡았던 윤 감독은 유스팀인 울산 현대고에서 뛰던 이상헌을 잊지 않고 있었다. 당시 이상헌은 프로축구 유스팀끼리 맞붙는 ‘K리그 주니어’에서 2016년 전반기 득점왕(11골)에 오르며 주가를 한창 높이고 있었다. 윤 감독도 이상헌을 1군 훈련에 부를 정도로 아꼈다. 다만 이상헌이 울산에 입단한 2017년 윤 감독이 세레소 오사카(일본) 사령탑으로 옮기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이어지지 못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강원에 합류한 이상헌은 “윤 감독님이 일본에서 감독을 하실 때도 저를 영입하려고 하셨다고 들었다. 이번에도 감독님 한 분만 보고 강원으로 왔다. 상견례 때 감독님께서 ‘8년 만이지? 잘해 보자’고 하셨는데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마음이 샘솟았다”고 말했다.

물론 마음만으로 축구를 잘할 수는 없다. 이상헌은 원래 시즌이 끝나면 길게는 2주 동안 휴가를 떠났지만 지난 시즌 후에는 휴가 없이 매일 개인 훈련을 했다. 이상헌은 “동료 선수들 결혼식 때문에 12월에는 서울에 갈 일이 많다. 작년에는 아예 서울에 한동안 머물며 퍼스널트레이닝(PT)을 받았다. PT를 받아본 건 난생처음이었다. 민첩성, 반응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경기를 뛰면서 스피드가 처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PT 훈련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강원은 13일 ‘디펜딩 챔피언’ 울산과 방문경기를 치른다. 이상헌이 데뷔 팀인 울산과 맞붙는 건 전남 임대 시절인 2018년 9월 23일 이후 5년 6개월 21일 만이다. 2018년에는 이상헌이 골을 넣으면서 전남이 울산을 1-0으로 이겼다. 이상헌은 “감회가 남다르다. 강팀을 만나게 돼 저나 팀이나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잘 컸다’는 소리를 듣도록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게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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