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지났지만 고인 부모님 당부조차 들어드리지 못해"
선서하는 해병대사령관 |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해병대 고(故) 채 모 상병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할 핵심 관계자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4·10 총선 이튿날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내부망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처리에 속도를 내기로 하면서 술렁이는 해병대 안팎을 다독이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2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지난 11일 예하 부대에 '격랑에도 흔들리지 않는 해병대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제하의 지휘서신을 보냈다.
그는 서신에서 "안타까운 전우의 희생은 핵 폭풍급 파급효과와 더불어 법적 다툼으로 인해 국민적 이슈로 치솟아 올랐다"며 채 상병 사건을 언급했다.
이어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하다"라며 "요즘은 하늘조차 올려다보기 힘든 현실이 계속되고 있어서 하루하루 숨쉬기에도 벅차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해병대 구성원들에게는 흔들림 없는 자세를 주문했다.
그는 "우리의 소중한 전우가 하늘의 별이 된 지 벌써 9개월이 지났지만,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입니까"라며 "고인의 부모님 당부조차 들어드리지 못한 채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원의 결과만 기다려야 하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 해병대 조직과 구성원에게는 아픔과 상처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채 상병의 부모님이 조속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아직도 책임자가 규명되지 못한 점을 해병대 수장으로서 자책한 것으로 보인다.
김 사령관은 그러면서 "하지만 해병대 구성원 모두는 이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며 "이는 사령관을 포함한 관련 인원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령관이 전우들의 방파제가 되어 태풍의 한가운데서도 소중한 가치를 놓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해병대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사령관은 채 상병이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직후만 해도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에 문제가 없고, 오히려 폭넓게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관련 수사에 대한 외압 논란이 불거진 뒤로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자신의 지시사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해,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할 '키맨'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 2월 1일 박 전 단장의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 2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7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임성근 사단장 처벌 계획에 대해 격노한 사실이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공수처는 지난 1월 17일 김 사령관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으며 출국금지 조치를 한 상태다.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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