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4월 금통위 기자간담회
하반기 금리인하, 예단 어려워
"금리 정책 탈동조화 진행중"
"소비자물가·환율 등 국내 요인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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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하반기 금리 인하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이어지는 높은 체감 물가에 대해선 기후변화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10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연 3.5%) 결정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깜빡이를 켰다는 말이 있다”며 “현재 깜빡이를 켠 상황이 아니라, 깜빡이를 켤지 말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대해선 “전 세계적으로 금리 정책 탈동조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환율 등 국내 요인을 고려해 통화 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농산물, 사과 등 높은 체감물가에 대해선 "농산물, 사과 가격 등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다"며 재정을 통한 정부의 보조금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가 수준이 높은 건 통화·재정정책으로 해결할 건 아니다"라며 "기후변화 문제가 심할 때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재정 정책을 지속할 것인지, 혹은 수입을 통해 해결할 것인지 기후변화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금통위원들의 3개월 이후 금리 전망은 어떤가.
▲지난 2월 금통위와 같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3.5%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견해고, 나머지 한 명은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다. 5명은 근원물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 목표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지속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나머지 한 분은 공급측 요인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기저적인 물가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내수 부진 지속될 경우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2월 결정문과 큰 차이 없다.
- 근원물가 둔화세가 6월보다 강조됐다. 헤드라인 물가와 근원 물가 중 무엇에 더 방점을 찍고 있나.
▲두 물가가 그동안은 거의 같이 움직였으나, 본격적으로 물가 기조가 차별화되고 있다. 물가 기대 심리는 소비자물가 수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를 무시할 수 없다. 금융 선진국에선 근원물가가 오히려 높고 헤드라인 물가 수준이 낮은 상황이다. 우리가 고민하는 건 근원물가는 예측하는 대로 둔화되고 있으나, 지난 2개월간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면서 헤드라인 물가가 따로 놀게 됐단 점이다. 물가 예측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헤드라인 물가가 예상대로 움직이는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울퉁불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향후 6개월 어떻게 전망하는지.
▲ 지난 1월, 사견으로 ‘상반기엔 금리인하 어렵겠다’고 말한 바 있다. 6개월 전망은 금통위원 모두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예상대로지만 농산물, 유가 등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1개월이 지나고 하반기로 들어가기 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말 2.3%까지 갈 것이란 전망에 부합할 건지 지켜봐야 한다. 금통위원 전체가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소비자물가가 2.3%보다 높아지면, 하반기 금리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
- 통방문에서 ‘충분히 장기간’이라는 표현이 ‘충분히’로 바뀌었다. 어떤 의미인지.
▲ 충분히 장기간이라 써놓을 경우, 하반기에 금리 인하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될 거라 생각했다. 또 문구를 다 없애면 하반기에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단 의미가 될 것 같아서다.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깜빡이를 켰다는 말이 있다. 현재 깜빡이를 켠 상황은 아니다. 깜빡이를 켤지 말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 미국은 금리 인하 횟수도 줄고 시점도 늦어질 거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할 가능성이 있나.
▲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기조에는 통화정책이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아 금리 조절의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미국이 피벗을 하긴 할 텐데 시점에 관한 문제기 때문에 통화정책에 주는 영향이 예전과는 다른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 정책 탈동조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도 소비자물가 상승률, 환율 영향 등 국내 요인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작년에 비해 훨씬 커진 상황이다.
- 근원물가와 소비자물가 중 어느 것에 더 가중치를 두고 있나.
▲두 개를 다 봐야 한다. 기계적으로 가중치를 둘 수 없다. 중요한 건 사람들의 기대심리는 소비자물가(헤드라인)에 더 달려 있단 것이다. 두 개를 다 보면서 기대심리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봐야 한다. 헤드라인은 기대인플레이션, 코어는 내수 부진과 관련돼 있다.
-지난해 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위로 상승할 경우, 물가 전망에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물가 전망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은.
▲ 지난 2월 전망 땐 유가 80달러 후반을 전제했다. 한국은행 전망은 평균이므로 잠시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건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유가가 오랜 기간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당연히 물가 전망 바뀌어야 한다. 농산물은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내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유가는 이란-이스라엘 분쟁 등으로 예측이 어렵다.
-지난 2월 통방 때 ‘물가 불확실성이 줄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여전히 불확실성이 낮다고 보는지.
▲ 팬데믹 이후인 지난 2년간 전망 예측오차는 상당히 컸다. 미국,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현재는 인플레이션이 많이 떨어지고 예측오차가 6.3%에서 3%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물가에 대한 예측 불확실성은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다. 물론 지금은 유가 변동 등 단기적인 물가 불확실성이 커졌다.
-앞서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2월 통방 당시, 미국이 피벗을 해야 통화정책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전망이 완화적으로 바뀐 건지.
▲ 미국이 피벗 시그널을 주면, 그때부터 탈동조화가 가능한 여건이 만들어진다는 의미였다. 이미 미국이 인하 시그널을 줬기 때문에 탈동조화는 시작됐다. 과거에는 미국 통화정책을 고려해야 하므로 국내와 국제 요인을 모두 봤었다. 지금은 미국이 피벗 시그널을 준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요인을 고려할 수 있는 여건이 더 크다. 미국보다 먼저 혹은 뒤에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피벗 시그널이 탈동조화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것으로 해석해 달라.
-환율이 1360원 선까지 왔다.
▲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금 환율은 우리나라만 오른 게 아니다. 과거와 달리 서학개미도 많아졌고 해외 순자산도 크게 늘었다. 예전엔 환율이 올라가면 국채 발행 등을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옛날처럼 환율 변화에 의해 경제위기가 올 상황이 아니다. 국민연금, 연기금, 서학개미, 해외자산 등 우리나라는 선진국형 외환시장 기조로 자리 잡았다. 다만 지금 환율이 1350원 넘어서 가고 있는데, 이는 미국 금리인하 피벗 시점에 대한 기대가 많이 밀린 영향 때문이다. 중국, 일본도 엔화와 위안화 절하 압력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절하된 부분이 있지 않나 유심히 보고 있다. 달러 강세 상황에서 주변국 영향으로 인해 쏠림 현상이 일어나 환율에 과도한 변동성 보이게 되면, 시장 안정화 조처를 해서 환율을 안정화할 여러 방법이 있으므로 지켜보고 있다.
-글로벌 IB 사들이 미국 금리인하 시점을 9월 이후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의 정치적 독립성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통화정책 결정에도 영향이 있나.
▲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뒤로 미뤄진 건 사실이다. 우리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환율, 물가 등 변수를 지켜봐야 한다.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미국이 어떤 생각을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이 계속 금리를 인상하는 기조와 달리, 피벗을 하는 타이밍을 보는 상황에선 우리가 독립적으로 내부 요인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
- 국내 물가나 연준 정책 불확실성으로 통화정책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5월 전망은 선명하게 가능한가.
▲ 5월 전망은 다른 때보다 더 중요해질 거라 보고 있다. 상반기 예측하지 못한 여러 변수(수출, 유가 등)를 보고 전망해야 한다. 5월이면 하반기 통화정책 전망을 확실하게 할 것인지는 한 달 정도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기 결정이 6월에 어떻게 갈지도 봐야 한다. 또 통화정책 탈동조화에 따른 환율 변화가 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 정도 데이터를 보고 확신을 갖는 게 좋을 것 같다. 섣불리 금리를 움직였다가 물가가 다시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의 결정을 지켜보고 가능할 것 같다.
- 금통위원 두 명이 이번 달 퇴임한다. 다음 금통위에서 포워드가이던스가 크게 바뀔 가능성은.
▲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어떻게 개선할지는 새 금통위원들의 의견도 반영해서 논의해야 한다. 바꾼다고 하더라도 내년에 바꾼다. 올해에는 내부적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통방문에서 올해 성장률이 2월 전망과 비슷하거나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이유는.
▲ 4월 말 GDP 1분기 자료가 나온다. 공식자료 나오기 전까진 모른다. 다만 수출이 확실히 예상보다 빨리 증가하고 있다. 내수까지 영향을 주는지를 명확하게 알려면 4월 말 1분기 잠정치를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한 건 수출은 올랐단 점이다. 내수는 자료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 소비자물가가 목표에 수렴하는지 확신이 가능해야 통화정책 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근원물가는 경로대로 가는 상황에서 소비자물가가 안 떨어진다고 긴축을 길게 끌고 가면 내수나 경기를 과도하게 억제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데.
▲ 공급 충격이 기대 심리에 너무 영향을 주진 않을지 보고 있는 거다. 당연히 CPI 지수만 보고 통화정책을 한다면 내수가 안 좋고 경기 침체를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런 우를 범하지 않도록 코어 물가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서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다. 물가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통화정책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건지.
▲ 에버리지 인플레이션 타겟팅(average inflation targeting)을 말씀하시는 것 같다. 교과서적으로 말씀드리면, 중앙은행의 컨센서스는 에버리지 타겟팅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기 변화를 후행하게 되면서 불안정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컨센서스다.
▲ 사실 되게 중요한 질문이다. 지금 물가 수준이 높은 상황이다. 물가 수준을 높이는 요인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 물가 수준이 높은 건 농산물과 주택이다. 낮은 건 유틸리티, 전기, 교통료다. 중앙은행에서 곤혹스러운 건 높은 농산물, 사과 가격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농산물 가격과 사과값 등이 오르면 생활 물가에 영향을 준다. 정부가 보조금을 주고 물가를 안정시킬 순 있다.
▲ 다만 근본적으로는 재배면적을 늘리고, 재정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이 되느냔 점이다. 내년을 위해 재배 면적을 늘렸는데, 기후변화로 날씨가 좋아져서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가격이 폭락하고 생산자가 어려워질 테니 정부가 보조금(재정)을 또 늘려야 한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물가 수준이 높은 건 통화재정정책으로 해결할 건 아니다. 기후변화 문제가 심할 때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정책을 계속할 것인지, 혹은 수입을 통해 해결할 건지는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많은 분이 유통을 개선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젠 기후변화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가계부채는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지만, 기업부채는 많이 오른 상태다. 비은행금융기관은 부동산 PF 등 리스크가 중첩돼 있다. 감당 가능한 상황인지.
▲ 기업부채 늘어난 두 가지 요인 중 하나는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관련 기업들의 부채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한 편은 AI, 반도체 등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었단 것이다.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기 위한 투자는 부채가 늘어나더라도 좋은 측면이 있다. 부채 비율로 보면 크게 증가했지만, 투자 기업들의 자본도 늘었다. 기업은 자본을 늘리는 동시에 부채를 늘리는 식으로 관리를 병행한다면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말에 2% 수준 낮아질 것이라고 언급하셨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선 별도의 시점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대략 어느 시점에 2% 수준이 될 거라 전망하는지.
▲ 지난 2월 발표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하반기 2.3%, 근원 물가는 2.0% 정도로 예상한다. 근원 물가가 내려가는 추세는 지난 전망대로 가고 있다.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현재 유가에 많이 달려있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 상황을 보고 통화정책 방향 결정하겠다.
- 당국에선 부동산 PF에 대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 보고 있다. 속도감 있게 정리하다 보면, 취약한 금융기관 중심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관련 리스크를 어떻게 보는지.
▲ 태영건설에 관한 개선안은 조만간 발표하는 걸로 알고 있다. 금융위, 금감원 프로세스가 협의 하에 잘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아무 금융기관도 안 망가지고, 부동산도 하나도 안 망가지고 해결될 거냐를 묻는다면 답하기 어렵다. 확실한 건 PF 관련된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따라서 구조조정을 위한 금전적 환경은 조성되고 있다. 태영건설을 포함한 구조조정은 금감원, 금융위가 좋은 예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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