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 추이/그래픽=이지혜 |
미국 물가 쇼크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다시 꺾였다. 채권 금리는 급등했고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원달러환율도 하루만에 9원 넘게 오르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올 들어 역대급으로 국내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날 외국인은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주들을 중심으로 1조원 가량 순매수하며 '사자' 기조를 이어갔다.
11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일 대비 9.2원 오른 1364.1원으로 마감했다. 한달만에 53.8원(4.1%) 급등하며 1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0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3월 소비자물가(CPI)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며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시기가 지연될 것이란 전망 영향이다. 3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3.5%로 전월 3.2%와 시장 예상치 3.4%를 모두 상회했다.
이날 공개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서는 연준 위원들의 금리인하 신중론을 재확인했고 6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했다. 이에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달러도 강세를 보였다. 특히 엔화는 34년만에 152엔 돌파하는 등 약세를 면치못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360원선을 돌파하며 시작했다.
국내 증시도 미국 CPI 충격 등으로 약세 출발했지만 상승 반전 후 보합권에서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졌는데, 반도체 중심으로 실적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달러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수출주 중심으로 반등이 나타났다. 코스피 시장에서 자동차(운수장비)업종은 2.61% 올랐고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업종도 1.03% 상승했다. 현대차, 기아가 각각 5.7%, 3.4% 올랐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3.01%, 0.6% 올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1분기 양호한 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국내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고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약세)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원화도 상당한 약세 압력을 받고 있다"며 "여당 총선패배로 밸류업 모멘텀 우려가 약화되며 외국인 자금 이탈을 우려했지만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며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국내 증시 변동성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경계심리를 넘어 금리동결, 금리인상 언급이 나오는 만큼 단기간에 투자심리가 잡히기는 쉽지 않다"며 "당분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올 들어 꾸준히 국내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변심 가능성에 주시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날 1조원 가까이를 순매수 하면서 올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19조원 누적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경우 수급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원화약세는 국내 물가와 내수 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며 투자심리 냉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잇따른 물가지표, 고용지표 서프라이즈 등 경제지표 흐름을 고려할 때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게 후퇴했다"며 "미국 연준 금리인하 시점 지연으로 달러화 강세와 원화약세 부담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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