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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국가들이 난민을 ‘더 빨리, 더 쉽게’ 추방할 수 있도록 하는 신(新)이민·난민 협정을 10일(현지 시간) 채택했다.
유럽의회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본회의를 열고 이민자 배분과 난민 신청 절차 등을 규정한 이민·난민 협정을 가결했다. 새 협정에 따르면 난민 수용에 있어 EU 회원국 간 ‘연대 메커니즘’이 도입된다. 난민 유입이 일부 국가에 집중될 경우 다른 회원국에 난민을 배분할 수 있고, 수용하지 않을 경우 추가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EU 외부로 인도하는 것도 쉬워졌다. 난민 1명당 2만 유로(약 2900만 원)를 내거나 본국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해난민을 본국에 돌려보내는 것이 가능하고, ‘안전한’ 제3국가로 인도할 수도 있다.
난민이 EU 회원국에 들어오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도 까다로워졌다. 난민은 유럽 도착 7일 이내에 신분 확인 등 강화된 보안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문 등 생체 정보를 수집하는 대상도 기존 14세 이상에서 6세 이상으로 넓어졌다. “수용 가능성이 낮은” 난민 신청자의 경우 최대 12주 내에 절차를 마치는 패스트트랙이 적용된다. 모로코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난민 승인율이 20% 미만인 국가 출신의 난민이 해당된다. 이들은 영토로 들어가지 못하고 국경 내 시설에 머물러야 하며, 신청이 거부될 경우 12주 이내에 본국으로 송환된다. 사실상 난민의 ‘추방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전 유럽인들의 가장 주요한 문제 중 하나를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유럽을 위한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EU는 시리아 내전 발발 후 2015년부터 난민이 유럽으로 대거 몰려들자 기존 ‘더블린 조약’을 대체할 새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1997년 발효된 더블린 조약은 난민이 처음 입국해 자격 심사를 진행한 최초 도착 국가에 모든 책임을 부여했다.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 EU 남쪽에 위치한 국가들에 중동과 북아프리카 출신 난민이 집중되면서 이들 국가가 부담을 떠맡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약 38만 명의 불법 이민자가 EU로 들어왔으며 올해에만 현재까지 4만6000여명이 불법적인 경로로 EU 국경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법안에 대해서는 유럽 내 극우파와 좌파가 모두 반발했다. 반(反)난민 정책을 고수하는 유럽 내 극우파, 중동계 난민이 많이 몰려드는 동유럽 등은 새 협정이 불법 이민자를 ‘유럽으로 초대’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협정이 발효돼도 폴란드를 보호할 방법을 찾겠다”며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가장 많이 수용한 폴란드는 난민 분배에서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극좌파 세력과 국제 인권단체에서는 난민 권리를 보호하고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엠네스티는 성명을 통해 “EU에 망명을 신청하는 모든 단계에서 고통이 급증할 것”이라며 유럽의 망명법을 후퇴시켰다고 비판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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