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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EU, ‘강경’ 이주·망명 새 법안 통과…“난민 오면 먼곳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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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원장 “개혁안 채택, EU 큰 성과”

헝가리·폴란드, 난민 배분 수락 않을 것 ‘반대’

헤럴드경제

난민 400여명이 그리스 크레타섬에 입항하고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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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유럽연합(EU)이 ‘불법’ 이주민을 더 쉽게 추방할 수 있는 ‘새 이민·난민 협정’을 10일(현지시간) 채택했다.

유럽의회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본회의를 열어 이민자 배분과 난민 신청 절차를 규정한 새 이민·난민 협정을 가결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회원국은 난민 유입으로 부담이 생기는 경우 다른 회원국에 난민을 배분할 수 있다. 난민 수용을 원하지 않을 경우 난민 1명당 2만유로(약 2900만원)를 EU에 내거나 본국에 물품·인프라를 지원함으로써 송환할 수도 있다.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제3국으로 인도 조치도 가능하다.

국제비정부기구인 국제앰네스티, 미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LW), 국제구호위원회(IRC)를 포함한 160개 이상의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 조약이 더 큰 고통과 더욱 큰 권리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보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난민 신청자를 최장 6개월간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조약은 2015~2016년 시리아 내전 등으로 130만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오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협정은 회원국 최종 동의와 각국 관련 법률 개정을 거쳐 2년 안에 시행하게 돼 있다.

새 규정에는 튀니지나 모로코, 방글라데시 등과 같은 일반적으로 망명 신청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나라에서 온 이주민의 경우 신속 처리 절차를 밟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난민 승인률이 20% 미만인 국가 출신은 최장 12주 동안 패스트트랙 과정으로 심사해 본국으로 돌려보낼지를 결정한다. 이 기간 난민 신청자들은 수용소에 머물게 된다. 이를 두고 인권단체들은 이 규정 때문에 더 많은 이주민이 EU 국경에서 구금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아프리카나 중동 지역에서 오는 이주민들은 상대적으로 가까운 그리스, 이탈리아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유럽연합은 한 해에 특정 국가에 몰린 이주민 3만명을 다른 회원국에 의무 재분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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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로베르타 메솔라 유럽연합(EU) 의회 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전체회의에서 ‘이주 및 망명에 관한 신체제’ 채택에 따른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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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집행위원장과 회원국들은 이번 규정안 채택에 대해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개혁안 채택은 EU의 큰 성과”라며 “오늘은 정말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일바 요한슨 EU 내무담당 집행위원도 “(이 조약이) 우리의 외부 국경, 취약계층과 난민을 더 잘 보호하고 체류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신속하게 돌려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회원국 간 ‘의무적 연대’를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디미트리스 카이리디스 그리스 이민부 장관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것은 우리 시대의 이주 문제를 공동으로, 따라서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중요한 돌파구이자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새 규정안에 대해 “(EU를 위한) 역사적이고 필수불가결한 조치”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만 현재까지 4만6000여명이 불법적인 이주 경로를 통해 EU 회원국으로 들어왔고 불법 이주민 사망자는 400여명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처할 새로운 집단적 계획이 필요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그러나 새 개혁안이 실제로 작동할지 여부는 다른 문제다. 헝가리와 폴란드 등 일부 EU회원국은 새로운 연대 규칙에 따라 이주민 배분을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회원국의 극우·극좌 정당, NGO 등도 서로 다른 이유로 법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방청석에 있던 시위대가 큰 소리로 항의하면서 표결이 한때 중단됐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협정이 거의 바뀌지 않은 채 발효되더라도 폴란드를 이주 절차에서 보호할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가장 많이 수용한 만큼 난민 재분배 과정에 예외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이아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지난해 12월 협정 타결 직후 “EU건 어디서건 우리에게 누구를 받아들일지 지시할 수 없다. 우리는 이에 대해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을 거부한다”며 “아무도 우리 의지에 반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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