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미래세대를 위해" 배 타고, 목발 짚고 주권 행사
고령 유권자 투표 보조 놓고 언쟁…휠체어 등 노약자 배려 부족 지적도
한복 입고 권리행사 |
(전국종합=연합뉴스) "당선자들이 주민을 위한 착한 정치를 하길 바랍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전국 254개 선거구 투표소 1만4천259곳에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울산 상안중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만 100세인 김성순 씨가 두 딸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김씨는 "투표소 주변에 꽃이 활짝 펴 기분이 좋다"며 "착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제주국제교육원에 설치된 투표소는 가족 부축을 받거나 지팡이를 짚은 60대 이상 유권자들로 아침 일찍부터 붐볐으며 낮이 가까워지자 젊은 층들의 방문도 늘었다.
강정자(86) 할머니는 "선거 날이면 빠지지 않고 투표한다"며 "우리 아픔을 알아주는 사람, 국민을 생각하고 잘 살게 해줄 사람이 당선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제주의 부속 섬인 '섬 속의 섬' 추자도와 우도, 비양도, 가파도 유권자들도 경로당과 면사무소에 준비된 투표소에서 '국회 일꾼'을 뽑는 선거에 동참했다.
100세 할머니의 소중한 한 표 |
인천 백령도 등 서해5도 주민도 이른 아침부터 도서관과 마을회관 등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고, 백령도 투표소에는 노인용 보행기의 도움을 받거나 목발을 짚고 투표하러 나오기도 했다.
'육지 속 섬마을'인 강원 화천군 화천읍 동촌1리와 2리 주민들은 배를 타고 투표소까지 나와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1940년대 화천댐 건설로 육로가 없어진 마을 주민 3명은 이날 오전 9시께 구만리 선착장에 도착해, 최전방에 있는 풍산초등학교 투표소로 향했다.
박봉석(77)씨는 "50여년간 빠지지 않고 투표해왔고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할 예정"이라며 "마을 도로 포장 등 현안을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신중하게 한 표 |
도심 투표소도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휴일을 여유롭게 보내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대우마리나 3차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차려진 투표소 앞에는 오전 6시 전부터 20여명이 줄을 섰다.
출근하는 사람, 등산복이나 바람막이 차림으로 아침 운동을 가는 사람 등 복장과 연령대도 다양했다.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가 역대 가장 긴 51.7㎝에 달하는 데다가, 정당이 38개나 돼 헷갈렸다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경기 화성시 동탄7동 방교초등학교 투표소에서 만난 윤모(65)씨는 "비례대표 정당마다 이름도 대동소이해 미리 선거 공보물을 꼼꼼히 보고 왔는데도 헷갈렸다"고 전했다.
'투표가 궁금해' |
선거 교육을 위해 자녀의 손을 잡고 투표소에 온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도 사저 인근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비슬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대구 달서갑 선거구에 출마한 유영하 후보와 동행한 박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소감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서 꼭 투표에 참여하셔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셨으면 합니다"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권 여사는 이날 오전 8시께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인근 한빛도서관 다목적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4·10 총선 투표한 양금덕 할머니 |
광주에서는 독립운동가 후손,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참정권 행사가 잇따랐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광주 서구 상무2동 투표소를 찾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투표했다"며 "피해자들을 위해 힘써주는 사람을 뽑았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긴 투표 행렬에 대기 시간이 늘어나면서 투표소 내 휠체어, 대기 공간 미비 등 노약자 배려가 부족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강원 횡성군 안흥면에 사는 이모(57)씨는 오전 8시 30분께 91세 노모를 모시고 투표소를 찾았으나 이전 선거 때와 달리 유권자가 몰리면서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이씨의 모친 등 80∼90대 유권자들과 동행한 자녀들이 투표소 관계자들에게 휠체어를 요청했으나 구비돼있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언쟁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고령 유권자가 많은 동네라 휠체어를 준비해달라고 했는데 아예 없어 '그냥 돌아갈까' 고민했다"며 "휠체어 정도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돌마초등학교 투표소에서는 투표관리 공무원이 거동이 불편한 A(95)씨를 부축해 기표소 안까지 들어갔다가 가족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A씨의 사위는 "장인어른이 고령이어서 장모님의 부축을 받기로 했다"며 "그런데 투표관리인이 자신이 돕겠다며 장모님을 격리한 채 (홀로) 장인어른을 데리고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공직선거법상 시각 또는 신체장애로 인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해 투표를 보조하도록 할 수 있다.
(장아름 강영훈 김선호 김선형 박영서 변지철 손현규 이정훈 임채두 전창해 정다움 최재훈 허광무 기자)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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