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원주 갑 '한 표' 행렬…'육지 속 섬마을' 화천 주민들도 투표
"휠체어도 없어" 고령 유권자들 불만도…오후 3시까지 투표율 27.47%
격전지답게 투표 열기도 뜨거운 원주 |
(춘천·원주=연합뉴스) 이재현 이상학 양지웅 박영서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쌀쌀한 아침 날씨에도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후 들어 영유아가 탄 유모차를 앞세운 여성 유권자와 어린 자녀들과 함께 나선 가족 단위 유권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강원 최대 격전지인 원주시 갑 선거구는 여야의 초박빙 승부처인 만큼이나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도 뜨거웠다.
갑 선거구(선거인 수 15만9천375명) 중에서도 무실동은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무실동 제5투표소가 마련된 만대초교에는 이날 오전 6시 투표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20여명의 주민이 길게 줄을 선 채 대기하고 있었다.
어스름한 새벽어둠을 뚫고 환한 빛과 함께 투표소 문이 열리자 주민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누굴 뽑을까 선택의 시간 |
이어 주민들은 저마다의 바람을 담아 유권자의 권리인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회사원 원모(52)씨는 "가급적 본투표 일에 한 표를 행사하려고 한다"며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인근의 무실 제2투표소가 마련된 무실초교 앞에서는 방송 3사의 출구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매번 당일 투표를 한다는 65세 퇴직자 A씨는 "나라가 잘되게 해 달라는 의미를 담았다"며 "이번 역시 내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 중 더 나은 인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64세 여성 B씨는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식당 운영에 어려움이 너무 많다"며 "부디 지역 경제가 살아나 식당도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2대 총선, 투표하는 유권자들 |
춘천시 신북읍 제1투표소가 마련된 신북읍 주민자치센터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주민 10여명이 이른 아침부터 줄지어 투표소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이윽고 오전 6시가 되자 투표안내원이 밖으로 나와 선거 시작을 알렸고 유권자들은 줄줄이 기표소로 향해 국민의 권리를 행사했다.
일부 유권자는 투표소를 헷갈려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 가장 먼저 투표소를 찾은 정원식(54) 씨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대표를 뽑는다는 마음으로 나왔다"며 "투표는 항상 일찍 나와서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참관인들은 이날 선거를 민주주의의 축제로 만들고자 차분한 눈빛으로 선거 과정을 지켜봤다.
참관인 문애란(65) 씨는 "많은 국민이 참여하는 선거가 잘 치러지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참여했다"며 "정오에 참관을 마치면 다시 유권자로 돌아가 투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2대 총선, 투표하는 유권자들 |
'육지 속 섬마을'인 화천군 화천읍 주민들도 배를 타고 투표소까지 나와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이 마을 주민들은 1940년대 화천댐 건설로 육로가 없어져 '육지 속의 섬'이 된 뒤부터 투표가 있는 날이면 배를 타고 나와 투표하고 있다.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에는 주민 8명이 나와 투표했지만, 올해는 대부분 사전투표를 해 3명이 투표했다.
박봉석(77)씨는 "권리 행사를 하기 위해 나왔고,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할 예정"이라며 "50여년간 빠지지 않고 투표하고 있는데 마을도로 포장 등 현안을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날 오후 1시에는 동촌2리 일부 주민들이 각자 배를 타고 나와 평화의 댐 인근 선착장에 모여 선관위가 지원해준 차를 타고 투표소로 갈 예정이다.
배 타고 나와 한표 행사 |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이날 오전 부인 원현순 씨와 춘천시 자원봉사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
그는 "투표는 주권자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라며 "아직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으신 분들은 강원특별자치도와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 오후 6시까지 투표권을 꼭 행사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고령 유권자가 많은 시골 지역에서는 예상보다 긴 투표행렬에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일부 유권자가 휠체어 미비를 지적하는 등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횡성군 안흥면에 사는 이모(57)씨는 이날 오전 8시 30분께 91세 노모를 모시고 투표소를 찾았다가 오전 9시가 훌쩍 넘어서야 돌아왔다.
이전 선거 때는 비교적 한산했던 투표소는 이날따라 아침 일찍부터 유권자가 몰리면서 30여명이 길게 늘어섰다.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이씨의 모친을 비롯한 80∼90대 유권자 혹은 이들과 동행한 자식들은 투표소 관계자들에게 휠체어를 요구했으나 휠체어는 없었고, 이 과정에서 언쟁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고령 유권자들이 많아 휠체어를 준비해달라고 했는데 아예 없어 '그냥 돌아갈까' 고민하기도 했다"며 "이렇게 줄이 길 거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휠체어 정도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도내 투표소 664곳에서 실시된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까지 강원 유권자 133만1천959명 중 36만5천834명(27.47%)이 투표했다. 우편투표와 사전투표에는 44만1천525명(33.15%)이 참여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소중한 한 표 행사 |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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