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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이 시작됐다. ‘선거판에서는 하루가 1년 같다’는 정치권의 말처럼 지난 넉달여는 예측불허, 파란만장의 연속이었다. 선거판을 뒤흔든 여야 주요 사건을 10개로 추렸다.
여권
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첫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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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넉달여 앞두고 지지율 반등이 절실했던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26일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사실상 추대했다. 김기현 전 대표가 사퇴한 직후였다. ‘윤석열 아바타’ ‘당정 일체화’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여권으로서는 한 위원장을 대체할 만한 스타성을 지닌 인물은 없었다. 한 위원장은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 상황”이라며 절박감을 표시했다.
② 김건희 디올백 파문… 윤-한 충돌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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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이 불거지고, 여론이 싸늘해지자 한동훈 위원장은 1월18일 “아쉬운 점과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사흘 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한 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총선을 석달가량 남긴 시점에서 여권을 뒤흔든 깜짝 사건이었다.
갈등은 이틀 만에 봉합됐다. 같은 달 23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났다. 한 위원장은 눈을 맞으며 윤 대통령에게 90도 인사를 했다. 두 사람은 대통령 전용열차를 타고 함께 상경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한국방송(KBS) 대담에서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김 여사가) 매정하게 끊지 못해 아쉽다”면서 사과하지 않았다.
③ ‘막말’ 도태우·장예찬 공천 취소
‘막말 논란’으로 부산 수영구 공천이 취소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18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을 닦고 있다. 장 전 청년최고위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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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불패’ 국민의힘 공천 과정은 안정에 방점을 뒀다. 현역 의원은 거의 공천에서 배제되지 않았다. 친윤(친윤석열), 중진 의원들이 대거 공천장을 따내면서, 현역 교체율이 35%에 불과했다. ‘친명’(친이재명) 공천으로 아우성이 터진 더불어민주당에 견줘 반발 잡음이 적었다. 그러나 막판 막말 파문이 터졌다. 국민의힘은 5·18 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 도태우 후보(대구 중·남)와 ‘서울시민 비하’ 논란을 일으킨 장예찬 후보(부산 수영) 공천을 지난달 14일과 16일 취소했다. 두 후보는 각자의 지역구에서 무소속으로 뛰고 있다. 국민의힘은 ‘돈봉투 수수 의혹’이 제기된 5선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상당) 공천도 지난달 14일 취소했다.
④ ‘런종섭’ ‘대파’…용산 리스크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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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던 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가 출국했다. 나흘 뒤인 14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문화방송(MBC) 기자 등에게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을 했다. 여론이 들끓었다. 민주당 공천 파동에 가려진 듯했던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총선 구도 전체가 바뀌었다. 이후 황 수석이 자진사퇴하고, 이 대사가 물러났으나 여론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대파 한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발언을 했다. 대파는 정권 심판론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⑤ 윤 대통령, 24차례 민생토론회…‘관권선거’ 논란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경기 용인시청에서 \'대한민국 신성장동력 허브, 용인특례시\'를 주제로 열린 스물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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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4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기 용인시를 시작으로 민생토론회를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주 2회꼴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지난달 26일 충북 청주를 끝으로 총 24차례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주요 총선 격전지 등을 고루 돌며 지역 개발 정책을 발표했다. 관권선거 논란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가 끝난 뒤에도 여당 측면 지원을 이어갔다. 지난 5일에는 격전지 부산을 찾아 사전투표를 한 뒤 부산대병원 병동 신축비 7천억원 지원을 약속했고, 8일엔 용산 대통령실로 벤처·스타트업 청년대표 등을 초청해 금융 지원을 약속하고, “재개발·재건축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야권
① 이재명 대표 피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가덕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뒤 왼쪽 목 부위 피습을 당해 바닥에 누워 병원 호송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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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당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 방문에 나섰다가 김아무개(67)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린 것이다. 이 대표는 왼쪽 목에 1.4㎝ 자상을 입었다.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은 뒤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대표는 여드레 만에 퇴원했다. 이 대표의 피습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에서는 증오의 정치를 근절하자는 다짐이 나왔다. 이 대표는 퇴원하며 “증오 정치, 대결 정치를 끝내고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제대로 된 정치를 복원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② 이낙연 탈당,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 합당 철회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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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이 분열했다. 지난 1월11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 탈당파 의원들과 새로운미래를 창당했다. 한달 뒤인 2월9일 새로운미래는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합당 선언을 했다. 그러나 열하루 뒤 두 당은 합당을 철회했다. 총선 지휘권을 두고 벌어진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후 새로운미래에 민주당에서 탈당한 박영순, 홍영표, 설훈 의원 등이 합류했다.
③ 민주당 공천파동
공천에서 배제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8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앞에서 지지 방문을 한 의원들과 함께 인사말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송갑석,홍영표,임 실장,윤영찬 의원.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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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천 갈등이 파동으로 치달았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친문(친문재인)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4선 홍영표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비명’(비이재명)으로 꼽히는 강병원·김한정·박광온·박용진·윤영찬·송갑석 등도 현역 평가 하위 20%에 포함되며 줄줄이 경선에서 탈락했다. 박용진 의원 공천 배제는 비명계 배제의 정점이었다. 현역 평가 하위 10%에 속했던 박 의원은 정봉주 후보가 ‘비무장지대(DMZ) 발목 지뢰’ 발언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되고, 이후 공천된 조수진 후보 역시 ‘성범죄자 변호’ 논란 끝에 공천 취소됐지만, 자신의 지역에서 공천받지 못했다. 민주당은 ‘친명’ 한민수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④ ‘지민비조’…조국혁신당 돌풍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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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부산에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3일 조 전 장관은 비례정당인 조국혁신당 대표로 취임했다. 조국혁신당은 바람을 일으켰다. 윤석열 정부 실정에 분노하고, 민주당 공천 파동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조국혁신당으로 빠르게 모였다.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정부 3년은 너무 길다”며 민주당보다 강하고 ‘매운맛’을 표방했다. 조국혁신당은 ‘지민비조’(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라며 구호를 앞세워 정권 심판론의 끌차 구실을 자임했다. 당 지지율 20%를 상회했다. 조국혁신당은 국회 1호 법안으로 ‘한동훈 특별검사법’을 예고했다.
⑤ 김준혁·양문석 파문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수원정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준혁 후보가 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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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총선 출마 후보 등록이 끝나자 민주당 후보들의 막말, 편법 대출 논란이 불거졌다.
김준혁 후보(경기 수원정)는 2022년 8월14일 유튜브 채널 ‘김용민티브이(TV)’에 출연해 “(이화여대 초대 총장) 김활란이 미 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 상납시키고 그랬다”고 말하고, 2019년 2월 같은 방송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에 정신대, 종군위안부를 상대로 섹스했었을 테고”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여당과 여성단체들은 김 후보의 사과와 사퇴를 연일 촉구했다. 같은 당 양문석 후보(경기 안산갑)는 서울 서초구 아파트 구입 과정에서 20대 대학생 딸 명의로 11억원의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사실이 불거졌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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