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산 우고 론디노네 展
백남준관·야외 정원에 설치된
대형 조각 명상적 경험 선사
일기쓰듯 일몰 그린 ‘매티턱’
바다의 색 담아낸 말 조각도
“자연 속 이상적 환경에 만족”
백남준관·야외 정원에 설치된
대형 조각 명상적 경험 선사
일기쓰듯 일몰 그린 ‘매티턱’
바다의 색 담아낸 말 조각도
“자연 속 이상적 환경에 만족”
백남준관에 설치된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 [뮤지엄 산] |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강원도 원주의 ‘전원 미술관’ 뮤지엄 산에 특별한 조각이 설치됐다. 형형색색 알록달록한 빛깔을 뽐내는 우고 론디노네(60)의 수녀와 수도승들이다. 야외 마당의 녹음과 어우러진 3m 높이 브론즈 조각 6점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남쪽 세븐 매직마운틴에 설치된 조각 공원 만큼이나 강렬한 ‘사진 명소’가 됐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 론디노네의 국내 최대 규모 미술관 전시가 9월 18일까지 열린다. ‘번 투 샤인(Burn to shine)’이라는 주제로 40여점의 조각·설치·회화·영상을 망라해 전시한다. 최근 방한한 작가는 기자간담회에서 “거장 안도 타다오의 강고한 건축물 안에 작품을 넣는 협업은 도전 과정이었다”면서도 “도심의 소음 없이 매일 자연을 볼 수 있는 장소에서의 전시는 가장 이상적인 환경이었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야외 정원에 설치된 수녀와 수도승 조각. [뮤지엄 산] |
주제를 따온 영상 ‘번 투 샤인’(2022)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특별한 사연을 갖고 제작됐다. 작가는 타계한 연인 존 지오르의 시 ‘빛나기 위해 타오르라’에서 영감 받아 제작된 14분의 영상을 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에서 촬영했다. 일몰에서 시작해 희붐한 빛이 떠오르는 일출까지 4일 밤낮을 촬영해 담은 이 영상은 12명의 드러머와 18명의 댄서가 모닥불을 둘러싸고 신비로운 황홀경에 이른 듯 춤추는 모습을 비춘다. 작가는 “다시 태어남(Rebirth)과 순환의 메시지를 영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작가가 30여년간 천착해온 삶과 자연의 순환,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관한 탐구는 이번 전시에서 조각과 공간의 어울림을 통해 탁월하게 구현됐다. 로비부터 무지개색 빛이 스며드는 공간에 걸린 시침·분침이 없는 시계와 창밖이 보이지 않는 창문이 보인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교회 같은 공간은 시간과 공간에 관한 성찰이라는 이번 전시의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명상의 방처럼 조성된 중정의 백남준관에는 4m 높이의 ‘노란색과 빨간색 수도승’이 들어섰다. 작가는 “돌벽과 수도승이 같이 존재하는 자연과 인공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수도승의 역할은 무엇인가 고찰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원주 지역 아이들과 협업한 ‘너의 나이, 나의 나이, 그리고 태양의 나이’ [뮤지엄 산] |
이번 전시에서 특별한 만남은 어린이들과의 협업이다. 원주 지역 아이들 1000명과 태양과 달과 별을 그리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1층은 태양, 2층은 달을 주제로 그린 그림을 사방이 막힌 벽에 각각 1000점씩 걸고서 작가는 “아이들은 미래다. 미술관 문을 먼저 열고 아이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안된다. 미술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시장을 채우는 또 다른 풍경은 바다와 일몰이다. ‘매티턱’ 연작은 뉴욕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작가가 2023년 9월 10일부터 21일까지 매일 같은 시간 관찰한 일몰을 그린 드로잉 11점이다. 작가는 “매일 일몰의 모습을 보며 가장 단순하게 표현한 작업이다. 제 모든 작업은 의미의 복합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11마리의 말 조각도 함께 전시됐다. 황해를 비롯한 11개의 바다색 유리로 빚어낸 조각은 상반신과 하반신의 다른 색으로 주조됐다. 지평선을 표현한 것이다. 물·불·흙·공기라는 4원소의 결합체로 만들어진 유리는 ‘빛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매티턱’ 연작과 11점의 말 조각 시리즈가 함께 전시되고 있다. 말들은 모두가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뮤지엄 산] |
작가는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작업들이 오랜 명상에서 비롯됐다고 털어놨다. “내 작업은 우리가 가진 아름다움을 보여주는데 더 집중한다. 자연에 대한 매일의 명상이 없다면 내 작업은 불가능할 것이다. 매일 바다를 가서 봐야하는 게 아니다. 우리 주변의 계절 변화를 보면서도 명상을 할 수 있다. 이것은 태초부터 인간 DNA에 새겨진 하나의 소망이라 생각한다.”
우고 론디노네 [뮤지엄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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