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그린 인프라의 상호작용에 관해 분석한 김승겸 카이스트 교수팀이 연구에 사용한 이론적 틀을 나타내는 그림. 카이스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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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공원이나 산림 등 녹색 사회기반시설(그린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고 이는 다시 고령 인구의 기후변화 취약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9일 김승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내놓은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동남아시아 인구 고령화와 녹지 동태’ 연구에 따르면 동남아 10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고령 인구가 증가한 커뮤니티에서 그린 인프라 공급 감소로 기후변화 취약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 2만6885개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인구 고령화와 그린 인프라 변화 패턴의 시공간적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에는 리모트센싱(위성 등을 활용한 원격 데이터 수집·분석) 기술과 이중차분법(원인과 결과간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인과 추론법)이 사용됐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 지역에서 20년간의 인구 고령화와 그린 인프라 변화 추이를 분석해 고령 인구 증가가 그린 인프라 공급 감소로 이어진다는 공통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고령 인구 증가가 지역의 사회경제적 변화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이 있다. 특정 지역의 인구 고령화가 세수 감소와 지방재정 악화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그린 인프라 투자 등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이 투자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승겸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
김 교수는 “커뮤니티에서 고령화가 진행되면 지방정부에서는 젊은층을 유치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 등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며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아파트 건설로 주거 여건을 개선하는 등 다른 도시 인프라 투자를 우선하게 되기 때문에 그린 인프라 투자에 신경 쓸 여력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고령화 지역에서는 그린 인프라 공급 감소가 기후변화 취약계층인 고령층의 대응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고령자들은 극단적 기후변화에 더 민감하고 취약하기 때문에 고령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더 절실히 요구된다”면서 “기후변화 적응 전략을 마련할 때는 지역의 고유한 공간적 특성뿐 아니라 인구 구조의 변화, 특히 고령화 추세를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박사과정 김지수씨가 공동 진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2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게재됐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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