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스타트업 청년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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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과 정치적 영향력은 4·10 제22대 총선을 기점으로 달라진다. 윤 대통령 취임 2년을 한 달 앞두고 열리는 데다 정권 심판론과 지원론이 맞붙는 구도라 윤 대통령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여당이 승리하면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며 임기 후반기에 일단 안정적으로 진입하지만, 야당이 승리하면 총선 패배 책임을 안고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국면에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청년 벤처·스타트업 종사자들과 만나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여러 금융 지원을 확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연 도시주택공급 점검회의에서는 현 정부 부동산 감세·규제완화 정책 기조를 재확인하며 “국민 여러분께서 집 걱정 없이 살도록 뛰겠다”고 말했다. 총선 전 재차 부동산 개발 심리를 자극한 행보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총선 한 달 전이던 지난달 10일부터 이날까지 전국 각지에서 43개 일정을 소화하며 선거전 막바지까지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야당의 ‘관권선거’ 비판에도 이같은 행보를 계속한 데는 이번 총선이 향후 정국의 결정적 분기점이라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이 과반 의석(300석 중 151석)을 차지하면 국회는 그간의 ‘여소야대’에서 ‘여대야소’로 전환된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은 여당의 총선 승리를 그간의 국정 기조에 대한 국민의 지지로 인식하면서 입법을 통한 국정과제 실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적의원 과반을 확보하면 여당이 국회의장을 맡고 예산안과 각종 인사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법률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할 수는 없지만 과반 의석을 토대로 이전보다 주도적인 입법 드라이브에 나설 수 있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만큼 레임덕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다만 윤 대통령과 여당이 ‘총선 승리’ 과실을 나눠 가지면 권력 누수에서도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연착륙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녹색정의당 등 야권이 과반 또는 민주당이 단독 과반이 되면 윤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는 상시적인 위기에 놓인다. ‘여소야대’ 국회가 유지되면서 윤 대통령은 예산안과 인사권 행사를 야당 협조 없이 통과시킬 수 없다. 인사 쇄신을 국정 돌파구로 삼기에도 제약이 걸리는 셈이다. 입법에서도 야당의 강력한 견제를 받게 돼 사실상 임기 5년 동안 입법을 통한 국정 주도권 확보는 난망해진다. 같은 여소야대 국회라 해도 대통령 권력이 가장 강한 임기 초와 임기 후반은 다르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총선에서도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공약했던 정책을 차질 없이 할 수 있고, 그러지 못하면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될 것”(2023년 1월 조선일보 인터뷰)이라고 짚은 적이 있다. 임기 후반이 야권의 압박에 더해 여권 내부에서도 원심력이 강해지는 시기인 점도 부담이다. 당·정 원팀 체제 분열은 대표적인 레임덕 징후로 꼽힌다.
야당이 재적 의원 3분의 2인 180석 이상을 차지할 경우 더 심각한 권력누수 상황으로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년처럼 야권 주도로 각종 법안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 단독 의결되고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서는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당·정 관계 무게중심은 당으로 확고히 옮겨질 가능성이 높다. 참패의 이유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이종섭 전 호주대사 ‘도피 출국’ 논란을 비롯한 ‘용산발 악재’ 때문이라고 판단할 경우 여당 내에서도 국정운영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게 된다. 여당의 시선이 국정동력을 잃은 대통령이 아닌 차기 대선주자들에게로 옮겨가면서 내부에서부터 권력누수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범야권 200석 이상이 현실화하면 대통령 거부권도 무력화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말한 ‘데드덕’ 상황이다. 이론적으로 개헌은 물론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도 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여야 대치 국면마다 거대 야당의 탄핵소추 압박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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