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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저출산 해결 위해선 비정규직 정규직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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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숨쉬는책공장 공장장]
지난 4월 3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 '[22대 총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선언] 저출산 극복? 비정규직 철폐 없이 어림없다!'(이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선언)가 진행됐다. 사회는 정은희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여성운동위원회 위원장이 맡았고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이숙희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 홍익대 청소노동자, 오대희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 명숙 인권운동네트뭐트 바람 활동가 등이 발언자로 참여했다.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선언들

이 가운데 특히 김미숙 이사장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선언 웹자보를 보고 직접 참가 의사를 밝혀 와 참가자들에게 더욱 큰 힘과 반가움을 전했다. 이날 김미숙 이사장은 "우리 용균이가 사회에 나갔을 때 저에게 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고용이 불안정한 사회에 임금도 최저임금을 받아서 삶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가정을 꾸릴 생각을 할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이게 내가, 아니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구나 생각되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고 했던 정부 방침대로 했다가 그 하나밖에 없는 귀한 자식을 산업재해로 잃었습니다"라고 말했다. 평소 그 누구보다 비정규직 문제에 발 벗고 나서는 김미숙 이사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고용안정을 꾀하지 않고서는 저출생 문제를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숙희 노동자는 여성이 다수인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이 최저임금만 줘도 되는 밑바닥 노동으로 평가되는 이 현실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청소 노동뿐 아니라 여성이 다수인 돌봄, 가사, 서비스 등 수많은 직종의 노동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저임금, 불안정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오대희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은 "저출생 고령화 시대를 맞아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공공돌봄 사회서비스원을 지키고 확대해 가야 할 때입니다. 정치가 바뀌어도 돌봄은 계속됩니다. 양질의 서비스를 담보할 수 있는 공공인프라를 확충하고 이를 통해 국가 주도의 공적 돌봄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서울사회서비스원과 같은 성평등한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만이 일과 가정 양립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시장 이중 구조화에 따른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정성과 소득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이 돌봄 공공성 강화"라고 했다.

명숙 인권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22대 총선이 '성평등이 사라진 선거이고 비정규직 의제가 사라진 선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총선 정당 정책 중 국민의힘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성평등 정책이 빠졌다. 그는 "여성 비정규직을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취급하려면 제도와 관행이 바뀌어야 합니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된 현실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어야 삶이 바뀝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비정규직 선언 참가자들은 22대 총선 정책을 비판하고 여성 비정규직의 현실을 말하며 여성 비정규직과 이주 가사노동자, 나아가 전체 비정규직의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고 힘차게 외쳤다.

프레시안

▲지난 4월 3일 오전 11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 '[22대 총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선언] 저출산 극복? 비정규직 철폐 없이 어림없다!'(이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선언)가 진행됐다.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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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최대 이슈로 부상한 저출생 문제, 해결 관련 공약은 보이지 않아

국민의힘은 저출생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인구부를 신설하겠다고 한다. 또 초등학생 방과 후 보육을 담당할 늘봄학교를 무상화하고, 아빠 유급 출산휴가 1개월을 의무화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 정권의 기조에 맞춰 성평등을 삭제하고 여성을 인구정책의 도구로 만들겠다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늘봄학교 역시 시간제 비정규직 양산 등 노동착취를 강화하는 기만적인 정책일 뿐이다. 아빠 유급 출산휴가 1개월 의무화는 어떤가. 여성에게 전가된 보육과 돌봄 현실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정책이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면서 성평등 예산을 삭감하고 사회서비스원을 무력화하는 한편, 노동시간 연장 등 노동 개악을 추진하면서 반 여성, 반 노동 정책을 노골적으로 밀어붙였다. 특히 저출생 고령화 과정에서 야기된 요양, 간병 공급 위기를 싼값으로 노동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최저임금 적용 예외 조치를 도입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이는 또다시 여성에게, 그리고 이주여성에게 저출생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속셈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건부 현금성 지원 정책을 내밀며 노동자를 우롱하고 있다. 민주당은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로 1억 원을 대출해 주면서 첫 자녀 출산 시 무이자, 둘째 출산 시 원금 50% 감면, 셋째 출산 시 원금 전액 감면해 주겠다고 공약했다. 이와 함께 월 20만 원의 아동수당을 공약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회적이고 선심적 재정지원 방안은 언 발을 더욱 꽁꽁 얼게 할 뿐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녹색정의당은 주4일제와 돌봄휴직 확대를, 새로운미래는 보편적 육아휴직제 도입을, 개혁신당은 전 국민 출산휴가 급여제 도입을, 조국혁신당은 신혼부부 임대주택 제공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어느 정당의 공약도 저출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수 있는 해법이 되지 못한다.

출산, 자녀가 인생의 기쁨이라고요?

이미 여성 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50%에 육박했다. 또 수많은 여성이 최저임금을 받는다. 첫 직장에서부터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는 20대 여성 비율은 40%에 달한다. 20대 비정규직 규모만 150만 명이다. 기혼여성 5명 중 1명은 경력 단절을 경험한다. 31세~35세 남성 노동자 중 임금 수준 상위 10%의 혼인율은 76%, 하위 10%의 혼인율은 31%에 그친다. 그런데 누가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겠는가? 누가 결혼을 할 수 있겠는가? 많은 이들에게 이미 양육과 결혼은 특권이다.

지난 3월 26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제1차 국민인구행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23년 10월 23일부터 11월 13일까지 전화면접 방식으로 전국의 만 20~44세 2000명(미‧기혼 남녀 각각 500)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내용 가운데 응답자들은 결혼을 통해 성취할 수 있는 긍정적 가치를 '관계적 안정감(89.9%)', '전반적 행복감(89.0%)', '사회적 안정(78.5%)', '경제적 여유(71.8%)' 순(이상 동의율)으로 답했다. 평균 희망 자녀 수는 기혼 남성의 경우 1.79명, 기혼 여성 1.71명, 미혼 남성 1.63명, 미혼 여성 1.43명 순이었다. 무자녀를 희망하는 비율은 미혼 여성(21.3%), 미혼 남성(13.7%), 기혼 여성(6.5%), 기혼 남성(5.1%) 순이었다. '부모는 자녀를 키우며 정신적으로 성장한다(정신적 성장)', '자녀의 성장은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다(인생의 기쁨)'는 주장에 대한 동의율은 각각 92.3%, 83.0%였다. '자녀는 부부관계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준다(부부유대 가치)'에는 82.7%가 동의했다.

응답자들은 자녀 양육 비용을 큰 문제로 인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녀는 성장기에 비용이 많이 든다(양육비용)'에는 응답자의 대부분인 96.0%가 동의했다. '자녀는 여성의 경력에 제약이 된다(경력제약)', '자녀는 부모의 자유에 제약을 준다(자유제약)'는 문항에도 각각 77.6%, 72.8%가 동의했다. '자녀들이 겪게 될 미래가 걱정된다(성장환경 염려가치)'는 응답은 88.8%였다. 출산과 자녀 양육이 그저 기쁨이긴 어려운 게 지금의 현실인 셈이다. 그만큼 양육비용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는데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고 있다. 더구나 안정적으로 일하며 돈을 벌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일자리는 점점 줄고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만 계속해서 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출산휴가, 육아휴직은 드라마 속 이야기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이야기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저출생 문제와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주 가사노동자를 도입하고 이들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할 돌봄을 민간에 떠넘기는 처사일 뿐 아니라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법 조항과 노인이나 이주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주지 말자는 정책과 함께 폐기되어야 할 차별적 정책이다.

여성의 노동이 저평가되고 여성의 일자리가 불안정한 비정규직인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저출산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나아가 그것은 더 많은 문제를 낳고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모두를 절망에 빠뜨리게 할 뿐이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일자리를 정규직화하고 일터 내 여성에 대한 여러 차별을 걷어내야 한다.

[김경미 숨쉬는책공장 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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