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독재 정권의 정치검찰이 수사기소권을 남용해 가면서 원했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에 출석하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13일인데 그중 3일간 법정에 출석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재판 초기 법원에 나올때만해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 뿐 별다른 발언 없이 법정으로 향하던 이 대표였지만, 4.10 총선이 가까워지며 이를 의식한 듯 법정 외 발언을 늘려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대표는 “천금같이 귀한 시간이고 국가에 운명이 달린 선거에 제1야당 대표로서 선거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재명 불출석에 재판 파행
이 대표와 관련된 대장동 재판은 총선과 맞물리며 진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시작은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가 심리중인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의혹 재판에 이 대표는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전날 이 대표 측이 재판부에 낸 불출석의견을 재판부가 불허했음에도 무단으로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이 대표는 대신 선거 유세를 진행했습니다. 이 대표는 12일 대장동 공판에서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참석을 위해 오전에 불출석했다가 오후에야 지각 출석한 바 있습니다.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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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이 불출석함에 따라 이날 재판은 예정된 증인 신문을 진행하지 못하고 연기됐습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재판을 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역시 “재판부가 반드시 출석하라고 해서 출마를 포기했는데 피고인(이 대표)은 오지도 않았다”며 증언을 거부해버렸습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을 연기하며 “계속 출석하지 않으면 강제 소환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검찰은 “형사 재판의 피고인이 개인적인 정치활동을 이유로 불출석했다”며 “무단 불출석이 반복될 경우 출석을 담보하기 위한 강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항의했습니다. 이에 이 대표의 변호인은 “이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선거에 임하고 있다”며 “헌법상 정당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는 우리나라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선거일인 4월 10일까지만 불출석을 허용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재판을 진행할 순 없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 대표 측이 “선거의 중요성”, “과잉 금지원칙” 등을 거론하며 항의하자 재판부는 “변호인들과 토론하고 싶지 않다”며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이 대표는 22일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가 심리중인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재판에도 무단으로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재판은 재판부 직권으로 피고인 없이 진행하는 ‘궐석재판’으로 진행됐습니다.
● 李, 총선 전날에도 법정 나와야
재판부가 구인장 발부를 통한 강제소환을 거론한 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이달 2일 대장동 재판에는 연달아 출석했습니다. 기사 초반에 썼던 것처럼 출석길에 강한 아쉬움을 토로하긴 했지만요.
물론 ‘제1야당 대표로서 선거에 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는 이 대표 측 주장에도 타당성이 있지 않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변호인의 말처럼, 헌법상 정당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하는 우리나라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 대표 개인의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란 취지입니다. 선거가 얼마 안남은 상황에서 고작 2~3주 가량 재판 일정을 미루는게 뭐 그리 어렵냐는 말도 합니다.
5일 대전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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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판부로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대표 사건 말고도 수많은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가 특정 사건만 일정을 배려해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고, 그 자체로 특혜로 보일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 말고도 재판을 받는 모든 당사자들은 자기 재판이 가장 중요한 법입니다. 그러니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를 맡은 유력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재판 진행에 예외를 요구하는 건 ‘나는 일반인과 다른 특별한 사람이다’라는 주장을 하는 것과 다름 없겠지요. 형사재판 경험이 많은 한 판사는 “한 피고인에게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결국 특혜논란으로 이어지고, 다른 재판의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이 대표로서도 아쉬운 마음에 이같은 주장을 펼칠 수는 있지만, 불출석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이를 부당하다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다행이 이 대표는 재판부의 경고 이후 재판에 출석하며 “억울하고 안타깝지만,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 대표로서는 답답할 노릇이겠지만 총선 하루 전날인 9일에도, 총선 이틀 뒤인 12일에도 그는 법정에 나와야 합니다. 각각 대장동·위례·백현동 및 성남FC 배임·뇌물 재판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대표는 2일 대장동 재판에서 “총선 전날만이라도 기일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특혜라는 말이 나온다”며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총선 전날 출석 할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총선 직후인 11일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 원을 선고받은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항소심 첫 공판이 진행됩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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