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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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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넷플릭스' 아이치이 제작 대표 "한-중콘텐츠 돌파구, 직접 공급이 답" [인터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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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연휘선 기자] '중국판 넷플릭스'라 불리는 중국 OTT 플랫폼 아이치이(iQIYI) 제작 부문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한류 최대 시장이었다가 얼어붙은 한중 콘텐츠 산업, 그 안에서 양국의 돌파구는 무엇일까. 현지 업계 관계자에게 그 답을 물어봤다.

자이지기 씨는 아이치이의 제작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인물로, 주요 작품으로는 '민국대정탐:민국 시대의 명탐정', '팔각정미무:팔각정의 미스터리', '당 의사에 관한 모든 것'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스릴러 작품 '팔각정미무'는 지난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콘텐츠어워즈에서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최근 한국을 찾은 그는 OSEN과 만나 중국의 콘텐츠 제작 환경을 비롯해 한국 콘텐츠의 중국 시장 활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최근 한국에서 넷플릭스를 위시한 글로벌 OTT들의 막대한 지원으로 급격한 제작비 인상으로 국내 제작사 및 방송사들의 생태계에 혼란이 찾아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 '중국판 넷플릭스'라고도 불리는 아이치이 제작 대표로서 자이지기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먼저 철저히 '공업화'된 중국의 제작 시스템에 대해 밝혔다. 자이지기는 "오래 전부터 한국 감독님과 드라마를 함께 한 적이 있다. 중국 배우도 나오고 대만 배우도 나오고 한국 배우로는 강타(안칠현)가 등장하는 작품이었다. 그때 '감독님'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기억이 있다"라고 운을 떼며 "그 때만 해도 한국에서는 '사전제작'이 익숙하지 않은 때였다. 작품의 순서대로 '순차적 촬영'하는 찍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했고, 반대로 중국은 사전제작 시스템이 자리를 잡은 상황이라 제작 환경에 맞춰 촬영을 진행하는 식이었다"라며 제작비 운용 방식의 차이를 밝혔다.

자이지기는 "사전제작 시스템이 자리를 잡게 되면 가령 특정 세트나 장소에서 찍어야 하는 장면을 장소 상황에 맞춰 몰아서 찍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 작품 순서상 뒤에 있는 장면이라도 같은 세트에서 찍는 장면이라면 몰아서 찍게 되는 것이다. 사전 제작이 기본인 중국에서는 이런 작업 방식이 오래 전부터 자리를 잡았고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이에 맞춰 작업을 해왔다. 이걸 중국 현지에서는 '공업화' 과정이라고 부른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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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회차별 차이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각 드라마들이 많아야 주 2회 정도 방송하는 식이지만 중국에서는 일주일에 금요일을 빼고는 매일 하루에 두 편 씩 드라마가 방송된다. 또 방송 전에 심의도 거쳐야 해서 사전제작이 아니고서는 작품을 만들 수 없는 환경이다. 그러다 보니 '공업화' 과정에서 철저하게 프리 프로덕션 같은 준비 기간, 촬영 기간, 후반 작업 기간 등이 정해져 있다. 이를 어기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날씨와 같은 천재지변이나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등 예측 못한 돌발 상황으로 촬영 기간이 늦어지는 경우는 없을까. 자이지기는 "사전 매뉴얼 대응 방안에 날씨와 같은 예외 경우의 수에 대해서도 대비를 하는 편이다. 출연하는 배우들도 이에 협조해야 하고, 반대로 제작진도 정해진 시간 안에 배우의 컨디션에 맞춰 촬영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어기는 쪽은 배우가 됐든, 제작진이 됐든 그 때 한번은 작업을 할 수 있어도 이후에는 철저하게 업계에서 외면받고 도태된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자이지기는 한국에서도 OTT 오리지널 시리즈들을 중심으로 사전제작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이제 조금 더 방식이 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마다 이용자들이 다르고 각 플랫폼들은 자기들 구독자들의 성향을 정확하게 분석해서 구독자들이 주로 보고 원하는 것만 공급하려고 한다. 중국에서는 배급을 먼저 생각하고 제작에 융합하는 방식으로 '공업화' 시스템이 더욱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국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한국에서도 중국 드라마를 찾아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양국 드라마 시청자들의 취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비슷한 부분도 있는데 양국 뿐만 아니라 각국 시청자들의 시선은 점점 더 평균화돼가고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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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넷플릭스와 같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OTT들의 성공은 국가별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어 성공하는 신드롬 작품들의 탄생 안에 가능했던 터. 이 가운데 자이지기는 드라마 형태의 변화도 주목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기존 방식대로 한회 45분 짜리 40회 작품이 있는가 하면 15~20분짜리 미드폼 드라마도 있고 여러 형태가 있는데 그 중에서 제일 유행하는 게 1분 짜리 100회의 초단기 숏폼 작품들이 흥행하고 있다"라며 그 가능성을 주목했다.

나아가 그는 한국과 중국 사이 전처럼 활발하지 못한 콘텐츠 시장의 분위기에 안타까워 하며 "한국에서 만약 이 같은 시장을 노려 중국에 직접 공급을 시도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 제작사 마운틴무트먼트가 중국 배우 호세군 등이 출연한 드라마 '두 남자'를 제작해 중국에 직접 공급을 시도하려는 게 이와 같은 사례라고. 자이지기는 과거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때부터 당시 마운틴무브먼트와 긴밀한 관계를 쌓아왔다고 강조하며 한국에서 제작한 '두 남자'의 중국 직접 공급에 대해서도 기대를 표했다.

무엇보다 자이지기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중국에서는 플랫폼, 방송사마다 철저한 수익을 우선해서 제작에 돌입한다. '이 대본으로 작품을 찍을 때 얼마나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를 미리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배우, 스태프, 각 촬영 팀마다 얼마나 이득을 줄 수 있을지가 세부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으면 작업을 진행할 수 없다. 또 제작비 안에서도 출연료는 정해진 범위가 있고 이를 임의로 늘리거나 줄일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과 중국의 콘텐츠 시장 소통하는 것도 어려워진 분위기라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 개인적으로는 '우리에게 새로운 광명이 필요하다'는 말을 자우 한다. 중국 사람들이 정과 관계를 굉장히 중요시 하는데 과거에는 중국에서 한국 작품을 사기 위해 판권을 계약하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한국에서도 직접 중국 작품을 제작하는 시장을 새롭게 개척한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 monamie@osen.co.kr

[사진] 마운틴무브먼트, 아이치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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