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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대통령 민생토론회 전수조사 해보니···여당 후보 공약과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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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두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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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전국을 돌며 진행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민생토론회)’ 내용의 대다수가 해당 지역에 출마한 여당 후보 공약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당 지역구 후보가 공약을 발표한 직후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같은 정책 추진을 약속한 사례도 다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진행한 ‘정책 투어’가 ‘선거 개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이 4일 24차례 진행된 민생토론회 주요 내용과 토론회가 진행된 지역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을 비교해보니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민생토론회 내용은 대통령실 보도자료를, 후보 공약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물 등을 이용했다.

단골 정책은 ‘도시개발’, 후보 공약에도 그대로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약속한 ‘개발 정책’은 국민의힘 지역구 후보의 공약에 그대로 반영된 사례가 많았다. 지난 1월 10일 경기 고양에서 진행된 토론회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대폭 완화, 용적률 상향’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다뤘다. 이는 고양갑에 출마한 한창섭 후보의 ‘규제 철폐·절차 단축을 통해 재개발·재건축 신속 진행’ 공약과 고양을에 출마한 장석환 후보의 ‘취락지구 용적률 및 종상향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 공약 등에 반영됐다.

윤 대통령은 1월 15일 경기 수원 토론회에서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622조원을 넘는 투자를 해서 적어도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수원병에 출마한 방문규 후보의 ‘반도체 메가시티 허브 조성’, 수원정 이수정 후보의 ‘346만명 규모 일자리 수요에 대응할 반도체 인재 양성 체계 구축’ 공약에 반영됐다. 윤 대통령은 2월21일 울산 토론회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기준 전면 개편”을 약속했다. 울산에 출마한 여당 후보들을 일제히 그린벨트를 대폭 해제해 지역을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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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후보 출마 선언 직후, ‘민생토론회’ 나온 후보의 공약들


강원 원주갑 박정하, 원주을 김완섭 후보는 지난달 19일 함께 “원주 첨단의료기기 클러스터 조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튿날 김완섭 후보는 “GTX-D 여주~원주 복선 전철 종착 및 기착역을 원주역으로 확정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이런 내용은 하루 뒤 원주시에서 진행된 민생토론회에 그대로 등장했다. 대통령실은 “원주 의료기기 산업 글로벌 진출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 전폭 지원”과 “GTX-D 원주 연장, 여주~원주 복선전철 완공”을 발표했다.

충북 청주 흥덕 김동원 후보는 예비후보이던 지난 2월 ‘K-바이오클러스터 단지 육성’ 등을 공약했다. 국민의힘 청주권 4개 지역구 후보자들은 지난달 14일 ‘지하철 시대 개막·공항 육성’을 ‘원팀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 내용은 열흘여 뒤인 지난달 26일 충북 청주에서 마지막으로 진행된 민생토론회에 등장했다. 정부는 “청주공항을 중심으로 한 교통 인프라 확충 등 충북의 교통·관광 인프라 확충”과 “K-바이오스퀘어 조성 등 충북을 ‘첨단 바이오 선도기지’로 조성”을 약속했다.

특히 윤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었던 후보들의 출마 선언 다음날 민생토론회가 열려 후보의 공약에 힘을 실어준 사례도 눈에 띄었다. 윤석열 정부 초대 산업부 장관 출신인 방문규 후보는 1월 14일 수원병 출마 선언을 하며 “수원을 반도체 메가시티 허브가 되도록 하겠다”고 외쳤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 수원을 찾아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투자”를 발표했다. 대통령실 정무비서관 출신인 전희경 후보(경기 의정부갑)는 1월 24일 출마선언을 하며 ‘교통망 부족 해소’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역시 다음날 윤 대통령은 의정부에서 ‘출퇴근 30분 시대, 교통격차 해소’를 주제로 하는 민생토론회를 주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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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예정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다섯 번째, 생활규제 개혁’에 불참하기로 알려지자 관계자가 윤 대통령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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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토론회는 당 대표 순회 공약 발표와 비슷”


민주당·녹색정의당 등 야당들은 “윤 대통령과 여당 후보들이 주거니 받거니 공약을 짬짜미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야당들은 윤 대통령이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형사 고발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총선 직전 대대적으로 열린 민생토론회가 ‘선거 개입’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후보나 당의 공약을 대통령이 해주겠다고 하는 것은 선거 지원으로 위법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최용문 변호사(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는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는 정당 대표자가 지역별 순회 공약을 발표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다”며 “대통령은 공정한 선거 관리의 총책임자이고, 공직선거법에 따라서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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