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통화정책 디커플링, 한은도 피벗 나설까
3%대 고물가 이어 1350대 고환율도 걸림돌
美 경기 호조 등 강달러 상반기 지속 예상
연준 기준금리 인하 연 3회→2회 전망도 나와
주요국 중앙은행이 자국 경제 상황을 반영해 통화정책 차별화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고물가·고환율 벽에 갇혀 입지가 더 좁아지는 모양새다. 소비자물가와 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연고점 부근까지 상승한 원·달러 환율도 통화정책 전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51.0원으로 개장한 뒤 횡보하다가 전날보다 3.2원 내린 1348.9원에 마감했다. 간밤 미국 3월 구인건수가 875만6000건으로 시장 예상보다 양호하게 발표되면서 달러가 장중 상승하긴 했지만 최근 급상승에 대한 부담이 이어지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환율은 올 들어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다 전날엔 1350원대까지 상승했다. 강달러를 이끈 가장 큰 동인은 미국 제조업 경기 호조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상황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한다. 여전히 물가는 3%대로 높은 수준인데 경제는 견조하다 보니 연초 시장이 기대하던 연내 6~7회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3회까지 줄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강달러를 부추겼다.
고환율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선택 폭을 좁히는 주요 요인이다. 한은은 그동안 외환 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정된 만큼 연준과 별개로 우리 경제 상황에 맞게 금리를 먼저 인하할 수도 있다고 시사한 바 있다. 2월 통화정책방향 문구에서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등 대내외 정책 여건 변화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월 11일 금통위에서 "국내 상황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미루는 상황에서 환율과 물가 안정을 고려하면 한은이 선뜻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환율은 자본 유출 우려를 높인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하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미국 기준금리(연 5.25~5.5%) 상단과 한국 기준금리(연 3.5%)는 2%포인트 벌어진 상태다.
게다가 강달러는 국내 수입물가 상승세를 자극한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수량을 사더라도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원유·곡물가 등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커진다. 이미 국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2월(3.1%)에 이어 3%대를 이어가고 있는데 고환율이 물가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강달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강달러 현상에 원·달러 환율이 1360원대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사는 견조한 미국 경기와 여전히 높은 수요 측 물가 압력을 고려해 연내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2회로 축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반기까지는 여전히 강달러 압력이 우세한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7월을 시작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가 개시되면 하반기에는 달러인덱스 하락세가 재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하반기로 갈수록 바이든, 트럼프 양 측 모두 보조금, 감세 등 재정지출 확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미국 성장을 자극해 강달러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연구원은 "한국은 물론이고 독일, 일본의 경우에도 미국향 직접 투자가 확대된 만큼 올해 중장기 달러화에 대해서는 강세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서민지 기자 vitami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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