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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대선에도 ‘김만배 녹취록’ 가짜뉴스…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대로 괜찮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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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4일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보도 금지”

우세후보 쏠림 방지 vs. 알권리 보장 안돼

선거 때마다 논란 반복되는데 번번이 개정 무산

4일부터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볼 수 없게 된다. 공직선거법상 특정 후보에게 표가 쏠리게 되는 영향을 방지한다는 목적인데, 일주일가량 여론 향방을 모르도록 제한하는 법이 적절한지를 두고 선거철마다 이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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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ban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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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일 6일 전인 4일부터 선거 당일인 10일 오후 6시까지 선거에 관한 정당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선거일에 임박해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여론조사가 공표돼 선거 공정성을 해치는 경우 이를 반박하고 시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08조 1항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의 투표 마감시각까지 선거에 관해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의 경위와 그 결과를 공표하거나 인용해 보도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 법은 선거 전에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 보도되면 사표가 되지 않으려는 심리로 우세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밴드왜건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이를 방지할 목적으로 제정됐다. 1994년 공직선거및부정선거방지법이 제정되면서 명시된 여론조사결과 공표 금지는 처음에는 더 긴 기간 동안 적용됐었다. 대통령선거는 22일간, 지자체장선거는 16일간, 지방의회선거는 13일간 공표가 금지됐다. 2005년 이 법이 개정되면서 모든 선거에서 공표·보도 금지 기간이 ‘선거일 6일 전’으로 단축됐다.

선거를 앞두고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여론을 6일 전부터 알 수 없게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알권리 보장을 제한한다는 문제가 선거를 앞두고 수차례 반복돼왔다. 더군다나 각종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즘,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게 해 오히려 가짜뉴스에 취약해진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선관위 역시 선거여론조사 공표·보도 금지기간을 없애자는 취지의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유권자의 알권리와 참정권 행사 보장,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 확대, 선거절차 개선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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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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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비슷하게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하는 기간을 설정했다가 없앤 사례가 있다. 선거 2일 전부터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금지했던 캐나다는 1998년 법원이 “정부는 유권자를 성숙하고 교양있는 시민이라고 인식해야 한다”며 위헌 결정했다. 프랑스는 2002년 이 기간을 일주일에서 이틀로 단축했는데, 여론조사 결과 발표 금지가 유럽인권조약에 어긋난다고 프랑스 대법원이 2001년 판시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따로 금지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위헌 논란이 있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1998년 5월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되면 부동층의 표에 영향을 미치게 돼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게 된다”며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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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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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 유통이 활발해지고 가짜뉴스의 위험성도 커지는 등 여론조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표·보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깜깜이 선거’를 부추기는 여론조사 공표금지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실정이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사회적으로 최소한의 합의가 된 부분은 바꿔나가야 하는데 여야가 정치적 유불리를 자꾸 따진다”며 “여론조사 결과 공표·금지 폐지만 아니라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이나 공영방송 독립성 보장을 위한 법 개정과 같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이 있지만, 여야가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바꿔버리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로 (개정 필요성이)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은 합의를 이뤘으면 좋겠다”며 “그게 국민이 원하는 정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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