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중구 정동 모임공간 상연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의 저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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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어떻게’ 그처럼 위험한 배가 되어 마침내 침몰했을까?
세월호 침몰 사고는 ‘어떻게’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로 확대됐을까?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동안 쌓인 기록을 토대로 쓰여진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진실의힘)은 이 두 가지 질문에 답한다. 변호사, 기자, 교수,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은 10년 동안 쌓인 방대한 양의 기록과 연구결과를 토대로 900여쪽의 세월호 구조 실패 분석 결정판을 최근 내놨다.
3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저자들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해경의 무능과 무책임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제기됐던 ‘외력 침몰설’ 대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 저자들은 “세월호는 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작은 오작동에도 배 전체가 영향받을만큼 취약했고 복원성이 매우 떨어졌다”면서 “오래 누적된 복원성 문제를 가려버릴만큼 명확한 충돌의 증거를 남긴 잠수함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는 기록팀에 참여한 김성수 뉴스타파 기자, 박상은 플랫폼C 활동가,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부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 책은 2016년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출간됐던 <세월호, 그날의 기록> 개정판이다. 그런데 내용은 새롭게 쓰여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치형 교수는 “당시에는 왜 구조에 실패했는지가 가장 급박했던 질문이었기 때문에 침몰원인에 대한 부분이 적게 들어갔다”면서 “이번 책에서는 세월호 같이 위험한 배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침몰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서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침몰을 이해하려면 세월호 도입 당시로 돌아가 침몰의 긴 역사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책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외력침몰설 가능성을 반박한 것이다. 저자들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조사 결과와 대한조선학회,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MARIN) 등 전문 기관의 공식 의견을 검토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 진실의힘 제공 |
기록팀은 선조위와 사참위의 조사 자체가 충실히 이뤄졌다고 보면서도, 종합보고서에서 외부 물체 충돌설을 명확하게 기각하는 결론을 담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성수 기자는 “선조위 단계에서부터 외력설에 대해서는 하나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고 보나, 사참위나 선조위 모두 애매하게 결론지었다”면서 “국민들이 받아들일만한 보고서를 내는 것이 조사위의 책임이라는 면에서 보면 안타까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조용환 변호사는 “사참위가 잠수함 침몰설을 기각할 수 있을 만큼 자료가 쌓여있는데도 왜 피해갔는지 모르겠다”며 “그 이유와 과정을 들여다보고 규명하는 것도 우리사회에 남아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기록팀은 참사의 원인이 됐던 해경의 실패와 관련해 “해경은 큰 배는 쉽게 침몰하지 않는다는 것을 맹신했고, 최고 지휘관부터 현장의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성원의 무능과 무책임이 조직 시스템을 통해 증폭되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또 “비록 법원이 그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해경지휘부의 책임이 대단히 무겁고 크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친다. 앞으로의 진상규명 논의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할까.
이정일 변호사는 “조사기구에서 낸 종합보고서에서 참사 관련해서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며 주체로 지목한 대상은 대통령과 국회인데, 이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국회도 어떠한 답도 노력도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조사기구 활동들로 진실이 다 규명되고 끝난다고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은 활동가는 “기본적으로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나면 그에 대한 책임을 배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그리고 보고서를 통해서 우리 사회가 참사에 대해 공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이야기를 줘야 하는데 이것들이 계속 실패해왔다”고 지적했다. 박 활동가는 “100개의 의혹이 있다해서 그것에 대한 Q&A(질문과 답)을 만들고 다 답하는 것이 조사일 수는 없다”며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할지 공적인 서사를 만드는 방식의 진상규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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