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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5·18 당시 계엄군 성범죄도 5·18 조사위 보고서 통해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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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사건 52건 중 16건 진상규명

피해자들, 범행 피해 이후 수십 년 간 정신적·신체적 고통

노컷뉴스

5·18 당시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하고 있는 계엄군. 5·18기념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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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 규명되면서 수십 년 간 성범죄 피해자들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5·18 조사위')는 지난 1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관한 진상규명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5·18 조사위는 1~7차 5·18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심의위원회 자료를 전수조사해 피해 의혹 사건 52건을 확보했고, 이 가운데 피해자가 조사에 동의한 19건에 대한 조사를 추진했다.

조사 과정에서 △신청인이 사망한 후 가족이 조사 거부 △피해자가 트라우마 등의 이유로 진술 회피해 조사 거부 △보상심의위원회 자료에 있는 인적 사항으로 연락처 확보 불가 △피해자가 조사대상에 사건 포함 원치 않음 등의 이유로 최종 진상규명 결정된 사건은 16건이다.

진상규명된 사건 중 도심시위진압작전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8건, 외곽봉쇄작전에서 발생한 사건은 3건이며 광주재진입작전과 연행·구금·조사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은 6건이다.

피해자 A씨는 1980년 5월 18일 오전 10시쯤 광주 서구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 계엄군이 피해자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고 진술했다.

도망가는 A씨에게 3명의 계엄군이 쫓아와 전신을 수차례 구타한 뒤 입고 있던 바지와 재킷, 남방을 찢은 뒤에도 피해자를 군홧발로 구타했다.

A씨는 사건 이후로 전신 만성통증에 수십 년 간 시달렸고, 성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로 결혼 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5·18조사위는 해당 피해 사실이 도심 시위진압작전 당시 '남성은 머리를 때리고 여성은 옷을 벗겨라'는 지시에 의해 피해자가 구타와 상·하의가 강제탈의된 사건임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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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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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남편과 함께 사진관을 운영한 피해자 B씨는 5월 19일 계엄군이 시민들에 대해 폭행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해 부상자를 치료하는 중 성폭행을 당했다.

계엄군이 대검으로 B씨의 상의와 하의를 찢고 눕혀 강간을 시도하자 B씨는 가위로 계엄군의 어깨를 찌르고, 수치심에 윗 가슴 쪽을 자해한 후 기절했다.

B씨는 복부 구타로 인해 장이 파열되고 코마상태로 장기입원 중 자궁을 적출하는 수술을 받았다. 정신적 후유증에 자살을 시도하고 불면증과 대인기피를 겪었다.

5·18조사위는 B씨의 상흔과 수술 자국 병원 이력을 통해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계엄군은 외곽봉쇄작전 도중 야산에서 강간을 자행하기도 했다.

시댁의 구박을 피해 달아나던 피해자 C씨는 야산에서 "제발 살려달라"고 사정했지만 계엄군 3명이 강간을 했다고 진술했다.

5·18조사위는 C씨의 진술과 당시 작전 수행 기록을 추적해 양을산 일대에서 주둔하던 부대가 5월 22일 작전 수행 중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 밖에도 계엄군은 피해자들의 자택에 침입해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성폭행 피해 유형은 △강간 및 강간미수 △강제추행 △성고문 △성적 모욕 및 학대 △재생산폭력 6가지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사건 후 복합적 후유증에 시달렸다. 특히 피해자들 대다수가 자해·자살 시도 등 신체적 후유증과 트라우마로 인해 알코올이나 약물에 중독되는 등 정신적 후유증을 지닌 채 살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의사에 비춰 24건은 조사가 중단된 점을 미루어 볼 때 성폭행 피해는 진상규명된 범위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조사를 통해 신체적·정신적 후유증 등 2차 피해에 대한 진술을 청취했다는 점이 성과로 꼽히는 반면 조사관들의 역량 부족으로 조사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고 조사 대상이 축소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성폭행 사건을 경험한 피해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점을 통해 성폭행 피해 구제에 대한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도 한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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