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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실상 드러난 5·18 당시 계엄군 성범죄…16건 진상규명 결정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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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위, 3년여간 조사

자행한 계엄군 특정은 못해

여권 위원들 “결과 비동의”

1980년 5월, 임신 3개월이었던 A씨(당시 28세)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배 속의 아이를 잃었다. 그는 5월19일 오후 8시에서 9시쯤 도심의 한 여고 후문에서 계엄군에게 붙잡혀 성폭행을 당했다. 앞니가 흔들릴 정도로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당하기도 했다.

A씨는 이후 복통과 하혈 등을 증상을 보였고 병원에서 임신중절수술을 받아야 했다. A씨는 현재도 신경정신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등 후유증을 겪고 있다. A씨는 “예비군 옷을 보기만 해도 울렁증이 난다. 자식을 가슴에 묻어서 속병이 난 건가 싶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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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에 의해 손이 뒤로 묶인 채 강제 연행되는 광주시민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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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계엄군이 여성들을 상대로 다수의 성범죄를 자행한 사실이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 조사로 확인됐다.

2일 공개된 ‘5·18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조사 보고서를 보면 5·18조사위는 조사 대상 19건 가운데 16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결정했다.

피해가 확인된 계엄군에 의한 성범죄 유형은 중복 범죄를 포함해 강간 및 강간미수 9건, 강제추행 5건, 성고문 1건, 성적 모욕 및 학대 6건, 성범죄로 인해 하혈과 장 파열 등 재생산폭력 3건이다.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2~3가지 성폭력을 동시에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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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성폭력 피해 발생 상황.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조사 보고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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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이 벌어진 장소는 계엄군이 광주에 투입된 첫날인 5월18일부터 항쟁이 끝난 27일까지 도심과 야산, 주택, 경찰서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중복 피해를 포함해 도심에서 9건, 외곡봉쇄작작전에서 3건, 연행·구금 과정에서 6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현재까지 극심한 정신적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모든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거나 한 번 이상 직접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중독상태인 피해자는 3명이고,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룰 수 없는 사람도 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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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계엄군에 의해 강제로 탈의돼 연행되고 있는 시민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조사 보고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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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는 2020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320차례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다. 군과 경찰 등을 상대로는 127차례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조사위는 성폭행을 자행한 계엄군을 특정하지는 못했다.

조사위는 “5·18 성폭력 피해자들은 생애 전반에 걸쳐 연쇄적으로 누적되는 ‘복합적인 피해 실상’을 그 특징으로 한다”면서 “40여년 전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진술 청취 및 분석 방법과 진상규명 판단기준을 정리하였다는 점이 성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위원들은 조사위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이 추천한 이종협, 이동욱, 차기환 위원은 소수의견을 통해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추정만으로 계엄군을 가해자로 단정 지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 고귀한 기자 go@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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