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한 전통시장에서 과일을 고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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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에 올라선 건 과일·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폭등세를 보인 탓이 크다. 여기에다 슬금슬금 오르고 있는 국제유가도 물가 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3월이 연중 물가 고점이라고 자신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물가 하향 안정 경로와 시점이 애초 예상보다 높아지고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농산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0.78%포인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3.1%)의 4분의 1 정도가 농산물 가격 상승 탓이란 얘기다.
여기에는 한 박자 느린 정부의 가격 안정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 정부의 1500억원 규모의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투입은 지난달 하순께였다. 통계청은 매달 상순·중순·하순 세번 나눠 농산물 가격을 조사한다. 황경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통상 3월이면 기상 여건이 개선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모니터링하다 (통상과 다른 기상 여건을 보고 나서)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정책 실기 원인을 이상 기온에서 찾은 셈이다.
슬금슬금 오르는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값도 물가 안정의 불안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1.2%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2월(-1.7%)부터 시작된 13개월 연속 내림세가 오름세로 반전됐다. 이런 까닭에 석유류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2월 -0.06%포인트에서 3월 0.05%포인트로 바뀌었다. 물가를 끌어내리던 변수가 3월부턴 끌어올리는 변수가 된 셈이다.
향후 물가 전망은 엇갈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3월에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물가상승률은 추세적으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유가와 농산물 가격 움직임에 따라 매끄럽지 않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물가 전망 경로상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정부와 다소 결이 다른 물가 인식을 드러냈다. 최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물가 불안심리가 높아진 현 상황을 고려한 정무적인 언급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영무 엘지(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상승률은 차츰 둔화되긴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고금리 환경이 길어진데다 높은 물가 수준이 장기화된 점을 염두에 두면 고물가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근원물가 상승률은 2.4%로 한달 전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근원물가는 소득 등 수요의 강도를 반영하는 점을 염두에 두면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는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민간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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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얀 안태호 박수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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