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송포유' 학교폭력 미화 논란 커지자 성지고 학생들 '상처'
성지고 교장 "죄를 지은 건 잘못된 행동… 기회 줘야" 글 화제
성지고 교장 "죄를 지은 건 잘못된 행동… 기회 줘야" 글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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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고등학교 김한태 교장이 2011년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긴 글. |
SBS 특별기획 '송포유'가 학교폭력 미화 논란에 휩싸이면서 논란의 당사자인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대안학교인 성지고등학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지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A군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성지고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A군은 "우리 학교가 그렇게 X같이 보이냐. 아무나 다 받아주는 학교가 아니라 학교에선 학생을 받아주는 게 당연한 거다. 문신 있고 웃으면서 이런저런 얘기 하는 게 술 먹고 담배만 피면 다 인간 말종 쓰레기처럼 보이느냐"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A군은 "우리가 니들한테 뭐라고 했나? 피해를 줬나? 욕을 했나? 남자가 줏대 없이 까불지 말고 전화하라. 학교 욕을 하면 선생님과 학생들은 기분이 어떻겠느냐"고 속상한 마음을 전했다.
앞서 21일 방송된 '송포유'는 가수 이승철과 엄정화가 고등학생 합창단을 꾸려 폴란드에서 열리는 세계합창대회를 준비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승철은 일반 고등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해 자퇴·퇴학하거나 방황한 경험이 있는 성지고 학생들을 지도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성지고 학생들이 온몸에 문신하거나 아무렇지 않게 흡연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학생들은 학교 폭력을 무용담처럼 털어놓았다. 학교 폭력 피해자보다 가해자에 초점을 맞춘 방송 내용에 대해 네티즌들은 "반성 없이 학교폭력에 대해 자랑처럼 늘어놓는 게 불쾌했다" "일진을 미화하는 게 방송이 할 일인가"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피해 학생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그 학생 괴롭힘 때문에 학교 복도를 돌아다니는 것조차 무서웠는데 포장해주는 게 어이없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성지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재 해당 학교 홈페이지는 방문자 폭증으로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성지고 김한태(81) 교장이 현 사태와 유사한 상황에서 심경을 밝힌 글이 관심을 받고 있다. 2011년 SBS 스페셜 '기적의 하모니'는 '송포유'와 비슷한 형식과 내용으로 관심을 모았다. 당시 '기적의 하모니'는 이승철이 김천 소년교도소 소년 수형자 18명을 이끌고 합창단을 꾸려 대회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았다. 김 교장은 '기적의 하모니' 방송을 본 후 성지고 학생들을 돌보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겼다.
김 교장은 "얼마 전 김천 소년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청소년들의 합창 '기적의 하모니'를 봤다. 분명 죄를 지은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범죄자를 동정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라고 비난한다. 그런데 방송 보는 내내 절절히 전해지는 그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되기까지 그들이 받았던 상처가 너무 깊고 아파서 저도 모르게 머리가 아닌 가슴이 먼저 반응한 듯싶다"고 방송을 본 소감을 밝혔다.
김 교장은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저마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저희 학교의 비슷한 사정을 가진 학생들이 생각나 더 마음의 눈물이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성지고는 교육 소외 계층이 주 구성원으로, 죄를 짓고 보호관찰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현재는 학교의 사랑과 관심 속에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우리 학교 학생들과 김천 교도소 청소년들을 보면서 교육소외계층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학력 미달인 추소자들의 교육도 머릿속에 그려 본다"고 적었다.
한국아이닷컴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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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특별기획 송포유가 성지고등학교와 서울과학기술고등학교의 합창 도전기를 다룬 가운데 학교폭력을 미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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