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력을 다했지만…' 흥국생명 김연경이 1일 현대건설과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아쉽게 패한 뒤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KOV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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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여제'의 꿈이 또 다시 무위로 돌아갔다. 김연경(36·흥국생명)이 은퇴까지 미뤄가면서 이루고자 했던 V리그 마지막 우승은 또 유예됐다.
흥국생명은 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현대건설과 홈 3차전에서 2 대 3(25-22 17-25 25-23 23-25 7-15) 역전패를 당했다. 1~3차전을 모두 내주며 우승컵도 날아갔다.
정규 리그를 2위로 마친 흥국생명은 포스트 시즌(PS)까지 우승의 영광을 현대건설에 내줘야 했다. 흥국생명은 정관장과 플레이오프(PO)를 이기고 챔프전에 올랐지만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은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했지만 챔프전에서 3위 한국도로공사의 돌풍에 사상 첫 리버스 스윕을 당했다.
김연경은 분전했다. 1차전에서 팀 최다 23점을 올렸고, 2차전에서도 역시 팀 최다 28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수비 부담이 있는 아웃사이드 히터 역할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활약이었다. 3차전에서도 김연경은 양 팀 최다 블로킹 4개 등 23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끝내 패배를 막지 못했다. 김연경을 비롯한 흥국생명 선수들은 사력을 다했지만 정관장과 PO 3경기를 치른 체력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1~3차전 모두 1세트를 따냈고, 3세트까지 2 대 1로 앞섰지만 경기 후반 지친 기색을 보이며 모두 역전패를 당했다. 김연경도 3차전에서 실책 4개를 범했고, 공격 성공률이 30% 초반에 그칠 만큼 눈에 띄게 지친 기색이었다.
그러면서 김연경과 흥국생명의 시즌도 마무리됐다. 김연경은 지난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렸지만 친정팀 흥국생명에 남았다. 여자부 보수 상한선인 총액 7억7500만 원(연봉 4억7500만 원, 옵션 3억 원)에 계약했다.
다만 기간은 FA 통상 3년이 아닌 1년이었다. 당초 김연경은 지난 시즌 중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복귀 뒤 하지 못한 우승을 위해 현역 연장을 선택했다. 계약 뒤 김연경은 "아쉽게 놓친 우승컵을 다음 시즌에는 꼭 들어올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우승컵을 들지 못한 채 계약이 마무리됐다.
김연경이 다시 FA로 풀린 셈이다. 계약 뒤 김연경은 "매년 연장 여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중 고민했던 은퇴나 잔류, 이적 등에 대한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김연경이 1일 현대건설과 챔프전 3차전에서 스파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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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욕 하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김연경인 만큼 다음 시즌에도 우승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해볼 수 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김연경이 챔프전에서 1경기도 이기지 못해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김연경은 시상식을 마치고 코트를 빠져 나와 로커룸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분이 풀리지 않은 얼굴이었다. 취재 기자를 보더니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잠깐 미소를 짓기도 했지만 곧바로 다시 비장한 표정으로 변했다. 비록 졌어도 V리그 최고 스타의 위상에 인터뷰 요청이 있었지만 김연경은 고사했고, 취재진도 수용했다.
김연경이 현역 연장을 한다면 흥국생명에 잔류할 가능성이 적잖다. 튀르키예 리그 페네르바체에서 두 차례 리그 우승과 준우승, 유럽배구연맹(CEV)컵 우승 등을 함께 했던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의 계약도 내년까지인 데다 학창 시절 절친인 김수지 역시 올 시즌 함께 뛴 흥국생명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약한 세터진에 대해 흥국생명이 비시즌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다음 시즌 김연경의 거취에 대해 구단 관계자는 "오늘 시즌을 마쳤다"면서 "선수도, 구단도 머리를 식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선수단 회식이 있는 만큼 오늘은 그동안 스트레스를 푸는 게 먼저"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 후 흥국생명 선수단은 인근 고깃집에서 시즌 종료 회식을 진행했다.
김연경은 2005-06시즌 신인으로 통합 우승을, 다음 시즌 2연패를 이끌었다. 2008-09시즌 챔프전 우승 이후 일본,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 리그를 주름잡았다. 은퇴 전 국내 무대에서 마지막 우승을 염원하고 있는 배구 여제의 다음 시즌 행보에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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