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임박하면서 막바지 표심을 잡는 데 도움을 주겠다며 불법 마케팅을 권유하는 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업체는 포털 사이트 상위권에 후보자를 노출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을 선전하고 있지만 대부분 현행 공직선거법에 저촉되는 행위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는 선거 마케팅과 홍보를 돕는다고 하는 광고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선거 마케팅 업체라고 소개하고 있는 W사는 네이버, 다음 등 플랫폼에 후보자를 노출시켜 유권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고 있다.
W사는 2021년 한 정당의 당 대표 온라인 홍보를 담당한 적이 있다며 "정치 마케팅의 본질은 유권자의 행동과 의견에 영향을 줘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있다"며 "전쟁 같은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기자가 전화로 구체적 방식을 묻자 해당 업체 대표는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첫 번째 화면 상단에 노출되는 블로그 등 플랫폼 5개를 갖고 있어 특정인을 첫 화면 상단에 줄 세울 수 있다"며 "해당 플랫폼은 선거에 최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은 한 달 기준 450만원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글 내용은 상관없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은 게시물도 올릴 수 있음을 은근히 내비쳤다. 또 "(포털) 상위권 장악의 핵심은 전략적 계획, 사이트 관리자와의 협상"이라며 포털 측과 논의할 것처럼 설명했다.
선거철이면 공직선거법을 위반하는 선거사범이 크게 늘어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으로 적발된 인원은 2229명에 이른다. 제8회 지방선거가 열렸던 2022년에는 2179명이 선거법을 위반해 검거됐다.
선거 마케팅 업체가 제시하는 '이기는 솔루션' 중 상당수는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또 다른 업체 V사는 언론사에 기사를 내보내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커뮤니티 등에 후보자에게 유리한 게시물을 올려 후보자의 옹호 세력을 구축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네이버에 이슈성 기사를 배포해 후보자 인지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주요 커뮤니티의 생태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게재한 뒤 우수 게시글로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기간 개시일인 3월 28일부터 선거일 전일인 4월 9일까지 공직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방법으로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인터넷, 전자우편, 문자메시지,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가능하지만 이는 자원봉사로 이뤄져야 하며 수당이나 실비를 요구하거나 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홈페이지 등에 게시물을 올리고 돈을 받으면 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전북 지역 총선 예비 후보자 A씨가 선거운동 목적으로 SNS에 다수 유료 광고글을 올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A씨는 자신의 선거운동과 관련한 글 90여 건을 다수의 선거구민이 이용하는 SNS에 게시하고 운영자에게 광고비 60만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위법한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벌였다가 적발된 이들도 있다. 여론조사 기관 A사는 지난해 10월 22대 총선과 관련해 정당 지지도 및 국정 현안 조사를 실시하면서 일부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가족과 지인 명의의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경우 여론조사 대상자의 표본을 조사 업체의 뜻대로 추출해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 이 같은 행위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적발돼 A사는 지난 1월 과태료 3000만원을 부과받았다. 심의위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 여론조사 실시 빈도가 급증하고 있어 자체 모니터링과 위반 행위 조사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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