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중심으로 외국에서 인기를 얻는 쇼트폼드라마가 한국에서도 제작되고 있다. 지난해 외국기반 쇼트폼드라마 플랫폼이 국내에 서비스를 시작했고, 국내 첫 쇼트폼드라마 플랫폼도 지난달 출시됐다. 각 플랫폼 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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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남자한테 배신당한 미주는 죽기 직전 석준의 도움을 받아 새 삶을 산다. 석준은 누명을 벗으려고 미주와 함께 복수를 시작한다. 지난달 21일 시작한 새 드라마 ‘나의 복수 파트너’ 줄거리다. 지상파 아침드라마 같은 ‘도파민 서사’ 구조이지만 티브이(TV)에서는 볼 수 없다. 국내 쇼트폼드라마 전문 플랫폼 탑릴스가 제작한 드라마다.
최근 한국 콘텐츠 시장에 쇼트폼드라마 바람이 불고 있다. 쇼트폼드라마는 주로 한회 2분 내외의 짧은 형식으로 전체 약 50~100화로 구성된다. 휴대폰에 최적화된 콘텐츠로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야 볼 수 있다. 2013년 이후 7~10분짜리 웹드라마가 인기를 얻었지만, ‘드라마 요약본’처럼 단순하고 전개가 빠른 쇼트폼드라마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쇼츠티브이(TV), 플렉스티브이 등 외국기반 쇼트폼드라마 플랫폼이 국내에 서비스를 시작했고, 국내 첫 쇼트폼드라마 플랫폼 탑릴스는 지난달 12일 출시됐다. 탑릴스 정호영 대표는 “쇼트폼드라마가 국내 드라마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외국에서는 이미 쇼트폼드라마가 킬러콘텐츠로 떠올랐다. 중국에서는 더우인과 콰이쇼우 같은 쇼트폼 전문 플랫폼뿐 아니라 유쿠·망고티브이·아이치이·텐센트 등 롱폼 전문 플랫폼에서도 쇼트폼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2023년 중국 쇼트폼드라마 시장은 전년 대비 267.65% 증가한 373억9000만위안(약 6조8천억원) 규모로 2027년에는 1천억위안(약 18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류성한 상하이교통대 문화창의산업학원 부교수는 ‘신문과 방송’ 2월호 기고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 대비 엄청난 흥행을 거두는 콘텐츠들이 속속 나오면서 쇼트폼드라마가 중국 콘텐츠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짚었다. 일본에서는 2022년 12월 쇼트폼드라마 전문 플랫폼이 등장했고, 지난해 3월 엔티브이(NTV)가 틱톡에 쇼트폼드라마 계정을 개설하는 등 온라인과 티브이를 아우르며 제작되고 있다.
외국에서 쇼트폼드라마는 출퇴근 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가볍게 볼 수 있는 형식과 내용으로 젊은 층을 사로잡았다. 웹툰을 소액결제해서 보는 문화가 일반화되면서 쇼트폼드라마 소액결제에 대한 거부감도 적다. 케이비에스(KBS)공영미디어연구소가 발간하는 ‘해외방송정보’는 지난 1월호에서 “(일본에서) 쇼트폼드라마 이용층은 웹툰과 겹친다”며 “틱톡이나 유튜브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끈다”고 했다. 류성한 부교수는 기고에서 “쇼트폼콘텐츠에 특화된 플랫폼이 등장하고 전문 제작사들이 관련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이런 효과가 기대된다.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한국 드라마 시장은 위기를 맞고 있다. 제작비가 적고 자본회수가 상대적으로 빠른 쇼트폼드라마가 위기 탈출 방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릴 쇼트에서 공개된 ‘억만장자를 낚아채 내 남편 만들기’가 미국 중년 여성들의 마음을 훔친 것처럼 외국 배우들을 기용한 제작도 가능하다. 국내 제작사는 중국 거대 쇼트폼 플랫폼과 계약을 맺는 등 하나둘 뛰어들고 있다. 정호영 대표는 “한국 콘텐츠가 제작 역량이 좋고 글로벌 침투력이 높아서 품질 좋은 오리지널 쇼트폼드라마를 만들면 외국에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내 오리지널 드라마가 많지 않은데다, 쇼트폼드라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복수·치정 등에 소재가 한정된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트렌디드라마가 66%를 차지했고 이 밖에 사극, 판타지, 청춘멜로 등 다양한 장르가 선보였다. 문화재 이야기를 담은 ‘대양박물관 탈출하기’는 마지막 회차 업로드 완결 이후 1주일 동안 더우인에서만 3억뷰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쇼트폼드라마 프로덕션팀을 발굴하고 수익 분배 구조의 지속 성장이 가능한 제작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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