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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이슈 선거와 투표

사전투표 7일 앞두고, 이종섭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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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사 임명 25일만에 사직 수리

총선 참패 위기감에 한발 물러서

동아일보

이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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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총선 사전투표 시작을 7일 앞둔 29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사진)가 전격 사퇴했다. 대사 임명 후 25일 만이자 호주에서 귀국한 후 8일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 대사 면직안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은 그간 이 전 대사의 임명 과정에 “법이나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었지만 최근 여당의 총선 참패 위기감이 들끓자 첫 주말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내에선 “만시지탄”이란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오후 경기 평택시 유세에서 대통령실에 이 전 대사 사퇴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눈치보고 살지 않았다. 쪼대로(마음대로) 살았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진실 여부와 별개로 이 전 대사가 공직에서 물러난 채 조사에 응하는 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다는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당 총선 후보들은 “이제야 떠밀리듯 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통화에서 “진작 결심했어야 했다. 만시지탄”이라고 했다. 한 서울 지역 후보도 “국민과 대치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원망이 커질 대로 커져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이야기해도 안 먹힌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유세에서 “이 대표나 조 대표 말처럼 범야권이 200석을 넘으면 헌법 본질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는 것을 감행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여당 후보들은 의대 증원 2000명을 둘러싼 의정 갈등 해결도 대통령실에 요구했다. 친윤(친윤석열)계인 권영세 의원(서울 용산)은 “(2000명 문제에서) 유연성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 중도층에서 ‘현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56%)는 응답은 ‘현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31%)는 비율보다 25%포인트 높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與후보들 “이종섭 사퇴, 늦은감 있어…수도권 등 반전 미지수”


[총선 D―11]
사전투표 7일 앞두고 이종섭 사퇴
“李사퇴로 최악 피했지만 아직 부족”… 일부 “尹불통 태도 변화-사과 필요”
서울 “정부견제” 46% “정부지원” 44%… 부울경 ‘견제’ 52%… 1주새 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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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 버티는 것보다 낫지만 판세에 영향을 얼마나 줄지 아직 불투명하다.”(국민의힘 수도권 후보)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9일 사퇴하자 국민의힘 후보들은 환영하면서도 “뒤늦은 결단”이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에 출마하는 한 현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타깃이 하나 사라졌지만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물음표”라고 했다.

여당 후보들이 이 전 대사의 사퇴에도 ‘총선 위기론’을 호소하는 것은 사전투표 일주일, 본투표 10여 일을 앞두고 여전히 ‘정권견제’ 여론이 우세한 흐름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29일 발표한 조사에서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9%였고 ‘현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0%로 9%포인트 격차였다. “전주 15%포인트 차이보다 줄어든 데 이어 이 대사 사퇴로 여론 반등의 계기를 잡았지만 불리한 판세를 극적으로 반전시키기엔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는 게 여당의 인식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저희의 부족함, 잘 알고 있다. 실망을 드린 일도 적지 않다”며 “염치없는 줄 알면서도 고개 숙여 국민께 호소드린다. 딱 한 번만 더 저희를 믿어 달라”고 했다.

● “여러 곳 우세였는데 열세로 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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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처음부터 이 전 대사 사퇴를 대통령실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일부 후보가 나서 “이 전 대사가 사퇴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여당 내 사퇴 요구가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지속해서 전달됐다는 것.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총선을 앞두고 여당 내부의 위기감, 목소리를 듣고 정무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했다. “법적 문제가 없다”며 이 전 대사 사퇴에 부정적이던 윤 대통령이 선회한 것도 여당의 위기감이 심각하다는 얘기를 참모 등을 통해 들은 결과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선대위원장인 나경원 후보(서울 동작을)는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했다. 공식 선거운동 다음 날 이 전 대사가 사퇴한 데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후 첫 주말 유세 전에 논란을 마무리지어야 중도층 표심에 호소할 수 있다는 여권의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총선 판세 분석을 처음 언급하며 “254개 선거구 중 170개 조사를 마쳤는데 경합 아니면 우세였는데 열세로 돌아선 곳이 여러 곳 있다”고 밝혔다. 선대위 관계자는 “최근 수도권처럼 정치 흐름에 민감한 곳이 다른 지역보다 더 빠졌다”고 설명했다.

● “尹 불통 이미지 씻어야 판세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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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내부에서는 한 위원장이 “국회의 세종시 완전 이전” 추진을 발표한 이후인 26∼28일 진행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대전·세종·충청 지지도가 전주에 비해 15%포인트 올랐다는 점에서 이 대사 사퇴도 여론을 반등시킬 수 있는 요소로 보고 있다. 다만 여당 후보들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한번 출렁인 민심을 완전히 돌리기엔 아직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3%포인트 오른 37%로 나타났다. 다만 민주당 29%와 조국혁신당 12%를 합한 야권 지지율에 못 미친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민심 변화도 심상찮다는 분위기다. 부울경 지역에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전주 42%에서 10%포인트 오른 52%를 기록했다.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비율은 같은 기간 45%에서 41%로 4%포인트 낮아졌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 민심도 여전히 정부 지원론(44%)보다 정부견제론(46%)이 높았다. 총선 표심을 좌우할 중도층의 정부 견제론도 56%였다(전화조사원이 무선전화 인터뷰.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 일각에선 “총선에서 이기려면 윤 대통령의 ‘불통’ 태도 변화나 사과가 필요하다”는 소리도 나온다. 서울에 출마하는 한 후보는“지금 총선은 ‘전국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라며 “선거 끝나고 당이 망하면 누가 대통령 주장을 옹호해주느냐”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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