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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한반도 덮친 미세먼지

미세먼지 높은 날이면 코피 환자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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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물 많이 마시면 도움돼

봄비가 내린 후 한동안 잠잠하던 미세먼지가 또다시 한반도를 덮쳤다.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에 따라 10㎛ 이하는 미세먼지, 2.5㎛ 이하는 초미세먼지로 분류한다. 1마이크로미터(㎛)는 1m의 백만분의 일에 해당하는 단위다.

세계일보

중부지방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는 29일 서울 종로 시내가 뿌옇게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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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는 일반적인 먼지는 코털과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지지만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아 이를 통과, 폐·혈관·뇌까지 침투한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해외에서 유입된 황사 속에 규소, 납, 카드뮴, 니켈, 크롬 등 중금속 농도가 증가하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호흡기 질환부터 심장, 뇌혈관 등에도 영향

미세먼지의 유해성은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중국 연구진이 중국 272개 도시에서 2013∼2015년 사이에 얻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사망률(사고사 제외)이 0.22%씩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호흡기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0.29%씩,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인한 사망률은 0.38%씩 증가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의 롭 비렌 박사팀이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5㎍/㎥ 증가할 때마다 조기사망 확률이 7%씩 커지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미세먼지는 기관지염, 천식 등의 호흡기질환은 물론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 등 각종 질병으로 연결된다.

기관지염은 기관지에 염증이 발생하여 상당 기간 동안 기침․가래가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호흡 곤란이 생길 수 있다. 거친 숨소리․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천식이 생길 수 있고, 기존에 천식이 있었던 환자에게는 천식이 악화되어 폐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또 면역기능이 약하고 폐활량이 적은 노인과 영아의 경우는 폐렴과 같은 호흡기 감염을 쉽게 유발한다.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및 천식 환자의 경우 폐활량을 떨어뜨려 급성 호흡부전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정재우 교수는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해 호흡곤란, 기침, 가래, 천명음이 발생해도 이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미세먼지에 계속 노출되면 심각한 호흡기․심장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병원에 내원해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특히 이런 기저질환자의 경우는 외부활동을 줄이고 실내 미세먼지 농도 개선을 신경써야 한다. 또 하루 1.5ℓ(약 8컵 정도)의 물 섭취를 통해 건조한 눈, 코, 목, 피부 등을 보호해야한다. 평소 보다 물을 많이 마시면 체내에 들어온 중금속과 미세먼지가 잘 배출된다. 기관지 및 폐에 좋다고 알려진 오미자, 모과차 등의 차류, 수분 공급과 비타민 공급을 해주는 과일주스, 채소 주스도 몸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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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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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점막 자극으로 염증 물질 증가, 코피 환자도 증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코피로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가 증가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김경수·민현진 교수팀이 2015∼2019년까지 5년간 중앙대병원에 코피 발생으로 내원한 1557명의 소아와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온도, 습도 등의 기후인자 및 미세먼지 농도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그 결과 연중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던 1월(51.38㎍/㎥), 2월(55.34㎍/㎥), 3월(58.66㎍/㎥)에 코피 발생으로 병원에 내원한 일평균 환자수는 각각 1.21명, 1.12명, 1.18명이었던 반면에 같은 기간 미세먼지 농도가 낮았던 7월(27.78㎍/㎥), 8월(25.14㎍/㎥), 9월(26.95㎍/㎥)의 경우 일평균 환자수가 0.52명, 0.63명, 0.90명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코피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온도, 습도 등의 기후인자를 고려한 통계학적 분석에서도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을 때 코피로 내원하는 환자의 숫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인·소아 모두에 동일하게 나타났다.

민현진 교수는 “미세먼지가 코점막에 작용해 조직학적 변화를 유발하고, 염증 관련 물질을 증가시키는 등의 기전을 통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세먼지가 나쁜 날에는 야외활동 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코를 세게 푸는 등의 물리적 충격을 주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당부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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