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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배구 황제 김연경

흥국생명-현대건설의 챔프전, 김연경-양효진이 사상 처음으로 챔프전에서 격돌하는 ‘룸메이트 더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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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배구 여제’ 김연경(36)과 현대건설의 ‘블로퀸’ 양효진(35)은 배구계에 소문난 절친 사이다. V리그에선 같은 팀에서 뛴 적 없지만, 국가대표 팀에서 10년 이상 함께 뛰며 우정을 나눴다. 2012 런던과 2020 도쿄에선 함께 ‘4강 신화’를 이룩하는 등 2016 리우까지 합쳐 세 차례 올림픽을 함께 다녀왔고, 2007년부터 10년간은 룸메이트로 지냈다. 양효진도 선배 대열에 합류해 ‘방장’이 될 수 있었던 시기가 있었음에도 양효진은 김연경의 ‘방졸’로 모셔야했다. 양효진은 국가대표 말년에야 ‘방장’이 됐고, 도쿄 올림픽에선 박정아(페퍼저축은행), 박은진(정관장)과 함께 방을 썼다. 김연경은 도쿄에선 표승주(IBK기업은행)과 룸메이트였다.

김연경과 양효진은 V리그의 살아있는 역사다. 김연경은 2005~2006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되자마자 신인왕과 정규리그 MVP, 챔피언결정전 MVP를 모두 휩쓸었다. 해외 리그에서 오래 뛰느라 V리그를 뛴 시즌은 여덟 시즌에 불과함에도 정규리그 MVP만 5개를 수집했고, 챔프전 우승도 3회를 차지했다. 우승한 챔프전에서 MVP는 모두 김연경의 차지였다. 김연경이 V리그에서만 쭉 뛰었다면 각종 통산 최다기록은 김연경의 차지였을 게 분명하다.

김연경보다 2년 후배로 2007~2008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은 양효진은 전위 세자리만 소화하는 미들 블로커임에도 1m90의 장신과 상대 수비를 파악하는 센스 등을 앞세워 전매특허인 블로킹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빼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역대 통산 득점 1위(7574점)인 양효진은 2위인 팀동료 황연주(5794점)과의 격차가 커서 오랜 기간, 어쩌면 영원히 1위 자리를 지킬 수도 있다. 여기에 블로킹도 1560개를 솎아냈다. 득점과 블로킹 모두 여자부뿐만 아니라 남자부를 합쳐도 양효진이 독보적인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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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V리그를 대표하는 두 선수가 처음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에서 격돌한다. 김연경이 뛰는 흥국생명이 지난 26일 정관장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3-0 완승으로 마무리하면서 정규리그 1위 현대건설과 2위 흥국생명간의 챔프전 매치업이 성사됐다.

김연경은 7번째, 양효진은 5번째 챔프전이지만, 두 선수가 직접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이 처음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2006~2007시즌에는 양효진이 프로에 입문하기 전이었고, 2010~2011시즌에는 김연경이 일본 리그에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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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도 양효진과의 챔프전 맞대결을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 26일 플레이오프 3차전을 마친 뒤 김연경은 “경기 전 효진이에게 전화가 왔다. ‘팬으로서 개인적으론 언니를 응원한다’고 말하던데, 아마 팀으로는 정관장을 응원한 모양”이라면서 “효진이에게 ‘오늘 이기고 수원으로 가겠다’라고 했는데, 바람대로 됐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현대건설은 정규리그에서 승점 80(26승10패)으로 승점 79(28승8패)의 흥국생명에게 승점 1 차이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해 챔프전에 직행한 만큼 체력적인 면에서 우위에 있다. 게다가 흥국생명의 플레이오프를 지켜보면서 전술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있었던 게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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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동안 세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펼친 흥국생명은 체력적인 면에선 열세지만, 경기 리듬에서 오랜 기간 실전을 치르지 않은 현대건설에 우위다. 게다가 정규리그 6차례 맞대결에서도 4승2패로 앞섰다. 마지막 5,6라운드 맞대결에선 모두 3-0 완승을 거둔 것도 자신감을 갖게 하는 구석이다. 김연경도 “5, 6라운드 경기를 치르며 ‘현대건설을 이기는 법’을 깨달은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두 팀이 이번 챔프전에서 이기려면 두 선수의 맹활약이 필수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드러났듯,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활약은 상수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김연경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현대건설도 아웃사이드 히터진의 공격력이 약한 만큼, 그 부족분을 양효진이 코트 가운데서 메워줘야만 흥국생명을 이길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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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공격수인 김연겨. 블로킹 1위만 12회를 차지한 가장 강력한 블로커 양효진. 각 분야에서 최고인 선수가 이끄는 두 팀의 챔프전 결과는 두 선수가 얼마나 잘 해주느냐에 따라 요동칠 전망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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