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피스커의 '제품 비전의 날' 행사에서 '컨버터블 GT 로닌' 모델이 전시돼 있다./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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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설에 휩싸인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피스커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상장 폐지됐다. 테슬라 대항마를 자처하며 우후죽순 생겨났던 신생 기업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 잇따라 벼랑 끝으로 몰리는 양상이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NYSE는 피스커의 추가 투자 유치가 불발됐단 소식이 나온 뒤 주가가 급락하자 상장 폐지를 단행했다. NYSE는 성명을 통해 피스커 주식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거래돼 상장에 부적합하다"며 거래를 즉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피스커 주식은 25일 9시35분부터 거래가 막혔다.
이번 상장 폐지는 피스커가 2020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뉴욕 증시에 데뷔한 지 4년여 만이다. 피스커는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95% 떨어져, 상장 폐지 직전엔 약 9센트에 불과했다.
피스커는 올해 앞서 재무 상황 악화를 이유로 사업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한 뒤 투자 유치 논의와 파산 대비를 병행해왔다. 이달 앞서는 한 투자자로부터 1억5000만달러 투자를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른 자동차업체로부터 투자를 받는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성사가 어렵게 됐다.
BMW와 애스턴마틴 출신 자동차 디자이너 헨리크 피스커가 2016년에 세운 피스커는 테슬라 후속 주자를 찾으려는 투자 열풍 속에 2021년 2월 주가가 28달러까지 뛰며 기업가치가 80억달러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시총은 5000만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피스커는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에서 자동차를 위탁 생산하는 전략을 택했지만 부품 공급 문제와 경영진 이탈 등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판매마저 부진해 경영난에 빠졌다. 품질 논란까지 겹쳤다. 미국의 유명 유튜버인 마퀴스 브라운리는 피스커의 대표 SUV모델인 오션의 리뷰 영상에서 "내가 지금까지 리뷰한 차 중 최악"이라고 혹평했다. 이 영상은 450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CNN비즈니스는 피스커의 위기를 두고 "고속 질주하던 전기차 시장의 급제동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렇다 할 소비자 기반이 없는 신생 기업들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경쟁사 난입, 마진 압박으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전기트럭 스타트업 로즈타운모터스는 지난해 파산했고 전기 수소 트럭을 내세웠던 니콜라도 올해 내내 주가가 1달러 밑에 머물러 상폐 위기에 처한 상태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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