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기술 유출 최대 징역 18년…스토킹도 양형기준 신설
미성년자에 마약 팔면 최대 무기징역…7월부터 기소사건에 적용
양형위원회 주재하는 이상원 위원장 |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기술 유출과 마약 범죄, 스토킹 범죄의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여론을 반영해 대법원이 새롭게 마련한 양형 기준이 올해 7월 시행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오후 130차 전체 회의를 열고 지식재산·기술 침해범죄와 스토킹 범죄, 마약범죄의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양형위원회는 "기술 침해 범죄에 대한 엄정한 양형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해 법정형이 동일한 유사 범죄 군의 양형기준보다 규범적으로 상향된 형량 범위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 핵심기술 등 국외 유출 범죄는 최대 징역 18년까지 권고한다. 일반적인 산업기술을 유출하는 경우도 국외는 15년, 국내는 9년을 권고하는 등 기존보다 무겁게 처벌할 것을 제안했다.
선고 형량을 높이는 요소인 '가중 인자'로는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경우, 비밀 유지 의무가 있는데 이를 어긴 경우를 추가하고 감경 인자는 보다 엄격히 인정하도록 관련 기준을 정비했다.
아울러 지난달 16일 개최한 공청회 등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형을 감경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주요 사유로 '미필적 고의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를 추가하기로 했다.
양형위는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등 관련 범죄가 급증하면서 양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검찰과 특허청의 의견 등을 참고했다.
마약류 범죄의 권고형량도 상향한다.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대량으로 제조·유통하는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것을 권고한다. 마약 중독의 관문이 되는 대마를 단순 소지하거나 투약하는 범행도 더 무겁게 처벌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
양형위는 "최근 마약류 확산세 및 10대 마약범죄 증가 추세에 대한 사회적 우려, 미성년자 대상 마약범죄에 대한 양형 강화 필요성, 법정형 상향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타인에게 마약류를 제공하거나 성폭력·강도 등 다른 범죄의 실행 수단으로 마약류 범죄를 행한 경우를 가중 인자로 추가했다.
살인 등 다른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스토킹 범죄는 죄질이 나쁜데도 함부로 벌금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양형기준을 신설한다.
흉기를 휴대할 경우 최대 5년까지, 일반 스토킹은 최대 3년까지 권고한다.
스토킹 처벌법상 잠정조치를 위반하는 범죄에 대해서도 "법정형은 낮지만 강력 범죄로의 발전을 조기에 차단하고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보호조치를 강화하기 위해 양형기준 설정 범위에 포함했다"고 양형위는 밝혔다.
흉기 휴대 스토킹에서 가중 인자가 많으면 원칙적으로 징역형을 선고해야 한다. 일반 스토킹 범죄와 잠정조치 위반죄도 가중 인자가 많으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한국여성변호사회 등의 의견을 반영해 조직 내 계급이나 지휘·감독 관계의 영향으로 취약한 피해자에게 범행한 경우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양형기준은 일선 판사들이 판결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벗어나 판결하려면 판결문에 사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합리적 이유 없이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는 없다.
새 양형기준은 올해 7월 1일 이후 공소 제기된 사건에 적용된다.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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