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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이 실험실에서 키운 장과 간, 신장을 하나로 연결한 새로운 오가노이드(장기모사체) 모델을 만들었다. 사람이 입으로 약을 먹으면 장에서 흡수가 되고 간에서 대사가 된 후 신장에서 배설이 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장과 간 신장이 연결된 오가노이드 모델은 약이 인체에서 어떻게 흡수되고 배설되는지를 효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약물동태학(PK) 실험 모델로 활용된다. 동물실험이 가진 종간 차이라는 한계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오가노이드가 치료와 의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뇌 오가노이드와 종양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치매와 암을 정복하고, 개인의 세포에서 분화한 오가노이드를 통해 나에게 맞는 약물과 치료법을 미리 찾는 맞춤형 치료가 이루어진다.
전문가들은 향후 2~3년 안에 오가노이드 칩을 활용한 맞춤형 치료 시대가 열리고, 향후 10년 안에 실제 손상된 장기를 새로운 장기로 교체하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가노이드, 어디까지 가능한가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인류가 가진 오가노이드 기술은 이미 인간 몸 속에 있는 모든 장기유사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만능줄기세포를 활용해 뇌, 간, 폐, 심장, 위, 간, 췌장 등 모든 미니 장기를 구현하고, 모낭이나 눈물샘, 침샘, 피부와 같은 조직도 실험실에서 만들어내는 세상이 열렸다.
오가노이드가 가져올 변화 가운데 가장 가시화된 것은 동물실험의 대체다. 인체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동물 실험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결과를 낸다. 특히 신약 개발 가능성을 빠르게 타진해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질병 모델을 통한 난치 질환 정복의 꿈도 가까워졌다. 미니 뇌와 종양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치매나 암의 발병 원인을 알아내고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
생명연이 만든 PK 실험 플랫폼처럼 오가노이드는 신약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데 이미 활용된다. 앞으로 개인 맞춤형 모델 제작도 가능해진다.
대장암 환자의 암 조직을 그대로 꺼내 종양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정상 조직들을 떼내 장, 간, 신장 오가노이드를 만든다. 인체에 항암제를 투여하기 전에 이 오가노이드에 먼저 투여하면 어떤 약물이 환자의 장기는 살리며 암세포만 죽이는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2~3년 안에 이러한 오가노이드 칩을 활용해 환자에 맞는 치료제와 치료법을 찾는 맞춤형 치료가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손미영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장은 "머지않은 미래에 신약 개발 모델은 '오가노이드 병원'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될 것"이라며 "환자가 병원에 가기 전에 오가노이드 칩을 먼저 보내고, 병원에서는 이 칩을 통해 환자에 최적의 약 조합을 찾아내 맞춤형 치료 방식을 미리 구상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 교체의 꿈이 시작되나
오가노이드의 최종 꿈은 '장기 이식'이다. 수만명에 달하는 장기이식 대기자의 희망이 되고, 인간의 건강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자신의 조직을 떼어내 맞춤형 장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만, 3D 프린터로 필요한 장기를 바로바로 찍어내 손상된 환자의 장기를 대체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우선 오가노이드의 대형화다. 현재 실험실에서 키워내는 오가노이드는 실제 장기와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지만 크기는 최대 2~3㎜에 불과하다.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오가노이드도 많이 발전된 단계이긴 하지만 여전히 실제 장기와 교체되기엔 턱없이 작은 수준이다.
오가노이드를 실제 인체 장기 크기로 키우고, 뇌와 장의 기능도 실제 성인의 뇌와 장만큼 높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많은 연구가 활발하기 이루어지고 있다.
또 하나의 숙제는 누구에게나 맞는 '기성품(off-the-shelf) 오가노이드'다. 개별 환자의 조직 세포에서 분화한 맞춤형 오가노이드도 필요하지만 갑작스런 사고나 전쟁 상황에서는 그 분화 과정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이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3D 프린터로 빠르게 찍어내서 모든 사람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도록 면역 거부반응이 없는 기성품 오가노이드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나와 타인의 조직을 구별하는 '조직 적합성 항원(HLA)'이란 단백질을 유전자 가위로 잘라내야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기성품 세포주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또 세포주를 이용해 장기를 빠르게 찍어낼 수 있는 포터블 3D 프린터도 필요하다.
손미영 박사는 "크리스퍼와 같은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기성품 세포주가 개발되면, 이 세포주를 활용해 빠르게 오가노이드를 찍어낼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이 완성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며 "오가노이드뿐 아니라 이런 첨단 기술들이 모두 최고 단계에서 합쳐져야 오가노이드를 통한 장기 이식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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