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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37)은 2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했다. 2012년 10월 4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전(현 키움 히어로즈) 이후 무려 4188일 만의 KBO리그 복귀전이었다. 지난 11년 동안 류현진은 야구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미국 메이저리그를 누비느라 바빴다.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10시즌 통산 186경기, 78승48패, 1055⅓이닝,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뒤 미국 잔류와 한국 복귀를 두고 고심하다 지난달 중순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에 계약했다. KBO 역대 최고 대우. 류현진은 복귀전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강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희망과 현실은 달랐다. 류현진은 3⅔이닝 86구 6피안타 3사사구 5실점(2자책점)에 그치면서 패전(2-8 패)을 떠안았다. 2루수 문현빈(20)이 2-2로 맞선 4회말 포구 실책을 저지른 여파로 류현진은 선발투수의 기본 책임인 5이닝도 채우지도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우등생을 기준으로 보면 시험을 망쳐도 단단히 망쳤다고 볼 수 있는 결과였다.
류현진은 4회말 2사 1루에서 신민재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웠다면, 5이닝 투구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 문현빈이 공을 뒤로 빠뜨리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고, 계속된 2사 1, 3루 위기에서 박해민에게 적시타를 맞아 2-3이 됐다.
LG는 여기서 류현진을 더 몰아붙였다. 계속된 2사 1, 3루에서 1루주자 박해민이 2루를 훔치며 류현진을 압박했고, 홍창기가 중견수 왼쪽 2타점 적시타를 때려 2-5가 됐다. 이어 김현수의 안타로 2사 1, 3루 위기가 이어지자 한화는 류현진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이태양으로 교체했다. 이태양이 류현진의 추가 실점은 막으면서 이닝은 빠르게 종료됐다.
경기를 지켜보던 류현진의 눈에는 고개를 푹 숙이고 이닝 교대를 위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문현빈이 들어왔다. 류현진은 주눅이 들어있는 문현빈을 불러 오히려 사과를 했다. 류현진은 "내가 못 막아줘서 미안하다. 고개 들고 해"라고 다독였다. 한번의 실책이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으니 혹여나 기가 죽을까 봐 걱정하는 마음에 20살 어린 내야수를 살폈다.
문현빈은 류현진이 실책을 위로할 때 경기를 망친 자신에게 화가 나 있었다. 문현빈은 "(류)현진 선배님이 처음에 계속 선배가 못 막아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런 말 때문에 내가 더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경기 중에 내 실책으로 팀 분위기가 확 기울었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많이 내게 분하고, 조금 그런 경기였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문현빈은 북일고를 졸업하고 2023년 2라운드 1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이제 프로 2년차밖에 안 된 선수다. 야무진 타격과 수비로 19살 신인 시즌부터 눈도장을 찍었고, 올해는 정은원, 안치홍 등 쟁쟁한 선배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아 주전 2루수로 시즌을 맞이했다. 한화의 현재이자 미래가 될 보석이지만, 아직 실패의 경험이 더 필요한 원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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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한화 감독도 문현빈 멘탈 지키기에 동참했다. 최 감독은 "경험이 있는 선수들도 긴장하는 경기고, (문)현빈이는 이제 2년차인 어린 선수다. 어차피 우리가 (주전 2루수로) 써야 한다면, 크게 어떤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은 기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현빈이가 앞으로 포스트시즌도 치러야 하는데, 그렇게 봤을 때는 좋은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한 경기 그랬다고 2루수를 바꾸는 것도 그렇고. 한 경기 그랬다고 바꾸면 어린 선수들은 조금 더 긴장하고 더 초조해한다. 현빈이는 우리 자체 평가로 타격과 수비가 제일 좋다고 평가하기 때문에 계속 써야 된다고 생각한다. 현빈이에게도 '143경기 남았다. 이제 1경기 했으니까 편하게 해'라고 했다"고 밝혔다.
문현빈은 시즌 개막전에 주전으로 나선 긴장감을 인정했다. 그는 "개막전이고, 또 정말 첫 경기를 이겨야겠다는 그런 마음이 있었다. 스스로 뭔가 긴장감도 있었고, 내가 조금 잘하려고 하다 보니까 기존에 없었던, 뭔가 몸이 조금 흥분했던 것 같다. 첫 경기에 (실책이) 나와서 다행이긴 한데, 좋은 마음으로는 다행이지만 이번 시리즈를 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개막전 선발은 처음 나온 거라 많이 배웠고, 이번 일을 계기로 스스로 마음가짐 같은 것도 성장한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문현빈은 24일 잠실 LG전에서 곧장 만회했다. 6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8-4 승리에 힘을 보탰다. 수비는 큰 실수 없이 안정적이었고, 1-1로 맞선 5회초 무사 2루 기회에서 중전 적시타를 쳐 결승타를 장식했다.
문현빈은 결승타로 전날 패배로 인한 마음의 짐을 던 것과 관련해 "어제(23일) 실수해서 기분 안 좋고, 오늘 잘 쳐서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계속해서 많은 경기가 있기에 다음 경기에 집중하는 게 더 좋다고 선배님들도 말씀해 주셨다. 이런 것들 하나하나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고 계속 강조해 주셔서 오늘 한 것들은 또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류현진은 오는 29일 대전에서 열리는 kt 위즈와 홈개막전에서 복귀전의 아쉬움을 덜고자 한다. 류현진은 23일 LG전에서 직구 최고 구속 150㎞를 찍을 정도로 컨디션 자체는 좋았지만, 변화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어 투구수 관리에 실패했다. 다음 등판을 준비하는 동안 제구 감각을 되찾는 데 중점을 두면서 KBO 통산 99번째 승리를 수확하고자 한다. 현재 98승을 기록하고 있는 류현진은 2승만 더하면 100승 고지를 밟는다.
최 감독은 류현진의 첫 등판을 되돌아보며 "구속을 봐서는 (류)현진이도 정말 엄청 세게 던진 것 같더라. 현진이도 오랜만에 와서 조금 어떤 류현진의 위엄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분석을 많이 했고, 그러다 보니까 전체적인 패턴을 너무 역으로 많이 갔던 것 같다. 그게 오히려 악수가 된 것이다. 현진이는 원래 다양한 코스와 구종으로 던지는 스타일인데, 어제는 특히 패스트볼이 좌타자 몸쪽으로 많이 갔다. 결정구도 조금 빠른 템포의 직구로 많이 갔고, 이런 게 어떻게 보면 류현진이 전력분석을 통해서 타자들의 성향을 조금 보고 역으로 간 것이다. 투구 수를 그렇게 줄여서 이닝을 길게 가려고 했던 것 같은데, 악수가 됐다. 때로는 그냥 정석대로 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류현진은 "아무리 시속 150㎞로 던져도 한국 타자들은 콘택트 능력이 있기 때문에 아무 소용 없을 것 같다. 구속 140㎞ 초반이 나와도 제구 코너워크가 된다면 조금 더 좋은 성적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도 투수는 제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한번 더 느낀 경기였다. 구속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홈개막전에서는 한화 팬들에게 승리를 꼭 선물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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