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바나나ㆍ오렌지 등 직수입 유통
각종 식자재 가격 오르면서 식탁 물가 위협
전문가, 거시정책 교정·재원 마련 등 요구
사과와 배 등 농산물 값 앙등에 민심이 출렁이자 정부가 단기 처방을 쏟아내고 있지만 가격 인하 효과는 제한적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다.
오히려 기후와 수급 악화로 배추를 비롯한 노지 채소와 설탕 같은 필수 식자재까지 먹거리 물가 전반이 들썩이는 상황이라 다양한 변수를 감안한 종합 대책 없이 핀셋 대응으로 일관해서는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사과(후지) 10개 소매가격은 2만4250원으로 전주 대비 11.6% 하락했다. 배(신고) 10개 소매가격도 3만9312원으로 13.4% 떨어졌다.
긴급 가격안정자금 1500억원 투입 등 정부의 대증 요법이 효과를 보는 모습이다. 긴급 자금은 납품단가 지원 확대 755억원, 할인 지원 450억원, 과일 직수입 100억원, 축산물 할인 195억원 등으로 구성된다.
이와 함께 지난 21일부터는 바나나와 오렌지 등 수입 과일을 확대 공급 중이다. aT를 통해 직수입한 바나나 1140t과 오렌지 622t을 20% 할인된 가격으로 할인마트 등에 공급한다. 사과 등 수요를 대체 과일로 유도해 가격을 끌어내리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 도매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사과와 배 도매가격은 1년 전보다 여전히 100%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상기후 지속에 따른 작황 부진에 글로벌 수급 불안까지 겹쳐 과일 외에 다른 농산물 가격까지 다시 들썩일 조짐이다. 배추 가격은 10㎏에 1만4140원으로 지난해 동기(8963원) 대비 5177원 상승했다.
김도 수출량이 크게 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마른김 평균 도매가격은 이날 기준 100장당 1만120원으로 지난해 동기(6578원) 대비 3542원 높은 수준이다.
설탕 가격 상승도 식탁 물가 불안을 더하고 있다. 설탕 원료인 원당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 원당 5월물 가격은 t당 640달러에 거래되며 오름세다. 통상 가격이 500달러 이하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높다.
전문가들은 단기 처방에 머물지 말고 먹거리 가격 안정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릴 때라고 조언한다. 국내 경기 상황과 글로벌 수급 동향, 산출량 증대와 농가 지원 방안 등이 버무려진 종합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 교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에 진입했다. 거시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물가는 잡히지 않을 것"이라며 "1500억원을 풀어도 수입 물가가 오르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위원은 "물가 상황이 심각한 만큼 정부 대책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문제는 적자 재정이 심각해 재원 마련이 어려운 것이다. 몇천억 원을 사용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과도한 감세를 통해) 운신 폭을 좁히고 이를 어렵게 한 것이 근본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주경제=박기락·권성진 기자 mark13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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