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입학정원 증원과 관련해 정부와 의사단체 간 대치가 심화되는 가운데 24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전용공간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주부터 업무개시명령에도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면허 정지 처분을 시작하겠다고 했으며, 전국 의대 교수들은 25일부터 사직서 제출을 예고했다. 2024.03.24. 조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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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의료계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의대 증원 이슈로 의사들의 정권 심판 여론이 커지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 반사 이익을 얻고자 하는 모양새다. 의대 증원 규모를 줄이고 ‘사회적 대타협’을 중재안으로 내걸고 있다. 반면 여당은 간호법을 다시 제정하는 작업에 착수하는 등 간호사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의사들과의 ‘타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속속 나오고 있다. 경기 분당갑에 출마한 이광재 후보는 24일 “(정부가 의료계와)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며 “국민대표와 여야, 정부, 의협, 전공의 등이 참여하는 대타협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지역 의사들을 만난 이 후보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마치 수사하듯 밀어붙이면서 국민만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며 “의대 정원과 의료수가, 건보재정까지 국가의료정책 전반을 다룰 법률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정권과 상관없이 정책을 안정감 있게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박민수 복지부 차관을 경질해야 한다”며 “거친 언사로 대화 분위기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렸다”고도 말했다.
분당갑에는 고소득층인 의사들이 다수 거주하는 만큼 이 후보 말은 이들 표심을 공략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하지만 민주당 또한 의대 증원이라는 큰 방향에는 동의하나 윤석열 정부의 강압적인 방식에는 반대하며 의사들 민심을 달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재명 당대표는 지난달 25일 “의료 현장에서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적정 증원 규모는 4~500명선이라고 한다”며 “의료계도 이 정도 증원은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파업과 진압이라는 사회적 혼란 없이 얼마든지 대화로 해결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의사들 사이에서 정부·여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신현영 의원실이 의대생·인턴 등 젊은 의사 1733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대선 당시 국민의힘을 지지했다는 응답자는 71%였지만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하겠다는 비율은 1%로 급감했다. 신 의원은 통화에서 “의료대란에서 정부에 대한 책임론도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유연한 사고와 합리적인 판단이 국민들에게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절박한 분위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직서 제출을 예고한 전국의대교수협의회와 이날 전격 회동했다. 정부와 의사단체 갈등을 중재하려는 차원이다. 의사 지지만이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 파업이 자칫 의료 대란 등으로 이어진다면 전체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위원장은 “정부와 의료계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와 동시에 간호업계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앞서 대한간호협회가 정부와 국회에 새 간호법 추진을 공식 요청한 것에 대해 “의료개혁 전반을 논의하면서 그 안에서 간호법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면 우리 당의 입장과 부합한다”며 협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간호인력의 자격·업무범위 명확화와 처우 개선 등을 골자로 간호법은 간호업계의 숙원이다. 지난해 4월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폐기됐다. 의사단체 등의 반대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의료계 파업에 따른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여당은 PA 간호사 업무 지침을 시행하는 등 간호업계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의사단체 쪽에서 ‘악법’ 프레임을 씌웠으나 이번 전공의 파업을 겪으면서 여당에서도 그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이 의료계 달래기에 나선 것은 총선에서 갖는 영향력이 상당해서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3 보건복지 통계연보’를 보면 2022년 기준 면허를 가진 의사 수는 13만4953명, 간호사는 48만925명에 달한다. 이들 가족까지 합하면 적지 않은 표다.
제3지대 정당들도 가세하고 있다. 녹색정의당은 의료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국민참여공론화위원회 및 지역의료 강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새로운미래는 “정부와 정치권, 의료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가칭 의료대타협위원회를 즉각 구성해서 필수의료 공백과 지방의료 붕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혁신당은 최고위 회의장에‘의사와 대통령이 싸우면 환자만 더 힘듭니다’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윤 대통령의 의료개혁 방향에 각을 세우려는 것으로, 이 당은 비례 1번 후보로 이주영 전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교수를 배치하기도 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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