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뛰어다니는 외계인 겨냥해 ‘탕탕’
실제 공간에 가상이미지 겹쳐진 화면
배경음악과 어우러져 상당한 몰입감
시장진출 앞선 메타, 플랫폼 선점 나서
후발주자 애플 ‘공간 컴퓨팅’으로 대응
삼성, 구글·퀄컴 손잡고 기기 개발 박차
두통·멀미 등 부작용 줄이는 방안 필요
제품 경량화·배터리 수명 확대도 과제
전문가 “콘텐츠 등 투자지원 강화해야”
각국 정부, XR 산업 적극 육성
美, MS 전투용 AR 고글 12만대 공급
中, VR 업무 상용화 시범사업 등 추진
메타의 확장현실(XR) 기기 ‘메타 퀘스트3’에서 체험할 수 있는 혼합현실(MR) 게임 ‘First Encounters’의 한 장면이다. 사용자가 있는 실제 공간을 인식한 뒤 그 위에 가상 이미지가 겹쳐진다.
메타 퀘스트3에서 할 수 있는 혼합현실(MR) 게임 ‘First Encounters’ 자료 화면. 메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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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메타 퀘스트3로 MR을 경험해 보니 감탄사가 나왔다. 배경음악과 어울려 어색함 없이 외계인 잡기 놀이를 즐겼다.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니 대화면이 펼쳐졌다. 마치 영화관에서 영상을 보는 듯했다.
로봇이 돼 건물 내부를 뛰어다니며 총 쏘는 게임도 해 봤다. 정면뿐 아니라 360도로 완벽한 가상공간이었다. 내려다보니 기자 팔은 로봇팔이 돼 있었다. 컨트롤러를 조작하자 재빠르게 뛰어 건너편 발판에 착지하고, 레일을 타고 내부를 가로지르기도 했다. 몰입감이 상당했으나 멀미를 조금 느꼈다. XR에 익숙하지 않은 입문자들이 종종 경험하는 일이라고 한다.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등이 더는 새롭지 않은 시대가 됐다. 스마트폰이나 PC로도 가능하지만 XR 기기가 더 실감 나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한다.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개인기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잇따라 XR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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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기업 XR 기기 각축전
22일 업계에 따르면 XR이란 AR과 VR, MR을 통칭한 개념이다. XR 기기와 콘텐츠를 통해 현실 위에 가상 이미지를 띄워 이용하기도 하고, 완전한 가상의 세계를 탐험할 수도 있다.
현재 XR 기기 시장 점유율은 메타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메타는 2014년 헤드셋 개발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XR 헤드셋 시장에 진출해 꾸준히 제품을 내놓고 있다.
메타가 노리는 것은 ‘XR 플랫폼’ 선점이다. 스마트폰 앱 시장은 애플과 구글이 차지했지만 XR 앱 플랫폼은 메타가 쥐겠다는 것이다. 메타 스토어에 등록된 앱은 게임부터 동영상, 업무용까지 1000여개에 이른다. 유료가 많다.
메타 퀘스트3를 착용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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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장을 던진 건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달 MR 헤드셋 ‘비전프로’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2014년 애플 워치 이후 10년 만에 신제품으로, ‘공간 컴퓨팅’을 내세웠다. PC 화면에 여러 개 인터넷 창을 띄우듯, 정면좌우 훨씬 더 넓은 공간에 여러 개 앱을 띄워 이용할 수 있다. 사파리 브라우저로 인터넷도 가능하다.
게임 콘텐츠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메타 퀘스트3(499달러)의 7배에 이르는 높은 가격(3499달러)도 단점으로 꼽힌다. 애플은 보급형 모델을 개발 중이다.
국내 기업들도 XR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퀄컴과 손잡고 XR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제품을 생산하고, 구글이 운영체제(OS), 퀄컴이 칩을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시 시기는 올해 말 정도로 알려졌다.
LG전자도 XR 기기를 준비 중이다. TV 플랫폼 webOS, LG 채널 등에서 쌓은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역량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LG전자는 지난달 말 방한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XR 사업을 논의했다. LG전자가 출시할 XR 헤드셋에 메타의 OS를 탑재해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외에도 중국 바이트댄스가 XR 헤드셋 피코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고, 화웨이도 XR 기기를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독일 지멘스는 산업용 XR 헤드셋 개발에 착수하는 등 XR 기기를 둘러싸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애플 비전프로를 착용하고 여러 개의 창을 띄워 업무를 보는 연출 이미지. 애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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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콘텐츠가 관건
과거에도 XR 기기가 있었으나 외면받았다. 그러나 최근 각 기업이 XR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그때와 다르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관련 기술이 진보했고,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로 끊김 없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나 기존 사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확장성도 기대된다.
초기 단계인 만큼, 앞으로 시장을 누가 차지하느냐는 추가적인 기술 개선과 콘텐츠가 관건이다.
아직은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용 콘텐츠가 많다. 메타의 XR 점유율을 뺏은 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용 헤드셋이라는 점은 이러한 한계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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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산업과 교육, 의료용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VR에서 제품 설계와 시제품 제작 등을 진행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심리치료나 수술·해부 교육 실습 등에도 XR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XR 기기 이용 시 수반될 수 있는 두통이나 멀미를 줄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기기 무게는 더 가벼워지고, 배터리 수명도 뒷받침돼야 한다.
김종기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XR 기기 시장 활성화로 부품과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디지털 콘텐츠 등 전후방 연관 분야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은 상대적으로 약점 분야인 XR 관련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등에 대한 투자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애플 비전프로.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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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2024년 ‘메타버스’ 진흥에 1200억 투입
각국 정부도 확장현실(XR)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22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2020년 가상융합경제 발전 전략을 발표하고 XR·메타버스 등 신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제조·의료·건설·교육·유통·국방 등 6대 산업에 XR을 적용하고, 증강현실(AR) 글라스 등 XR 장비 개발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메타버스 산업 활성화에도 적극적이다. XR 기기가 확산하면 가상공간에서 경제활동까지 할 수 있는 메타버스 생태계로 함께 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메타버스 산업 진흥에 1197억2000만원을 지원한다.
지난 2월 세계 첫 메타버스 진흥법인 ‘가상융합산업진흥법’이 제정돼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가상융합산업 진흥을 위한 기본계획을 3년마다 수립하고, 관련 실태 조사를 한다. 관련 기술과 서비스는 ‘우선 허용·사후 규제’ 원칙을 적용한다는 방침이 법에 명문화됐다.
플레이스테이션 VR2. 소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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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국방부와 국토안보부, 교육부를 중심으로 국가 안보 및 사회 안전 분야 XR 기반 교육 훈련 프로그램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미 육군은 2021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투용 AR 고글 12만대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 정책을 통해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교육부 등 부처가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 XR 솔루션 개발도 지원한다.
유럽은 2014∼2020년 추진된 R&D 지원 프로그램 ‘호라이즌 2020’을 통해 의료, 제조,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XR 연구를 추진해 왔다. 2021년 착수한 후속 호라이즌 유럽을 통해서도 건강, 안전, 산업, 식량, 기후 등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을 위한 XR, 인공지능(AI), 디지털 트윈 등 디지털 신기술 개발을 돕고 있다. 점자와 촉각으로 디지털 정보를 전달하고 입력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용 휴대용 장치나 AR 등 디지털 기술을 사용한 문화유산 보호 등이 지원 사례다.
중국도 XR 산업 선도를 목표로 XR 활용과 생태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2021년 제정한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 계획에 가상현실(VR)·AR 산업을 미래 5년 디지털 경제 중점 산업에 포함했다. 베이징시와 청주시, 푸저우시 등 각 지방 정부는 산업단지 조성과 연구소 구축, VR 업무 상용화 시범사업 등 XR 산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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