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피해 주장 일관적" 유죄…2심 "신빙성 떨어져" 무죄 판결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피고인 "힘겨워도 명예 회복하고 싶었다"
춘천지법 |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학원 원생들의 아동학대 피해 호소로 법정까지 간 30대 원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혐의를 벗었지만, 그 사이 학원 문을 닫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이 원장은 "오로지 학생들을 진심으로 가르치는 데 모든 것을 쏟았지만, 삶은 이미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신모(36)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강원 태백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신씨는 2020년 11∼12월 자매 관계인 10대 원생 A양 등 2명에게 '시끄럽다'고 소리치며 엎드려뻗쳐를 시키거나 수학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책을 말아 머리를 때리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씨 측은 "원생들을 때리거나 엎드려뻗쳐를 시킨 사실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으나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피해 주장 원생들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측의 항소로 다시 한번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되면서 신씨와 검찰은 피해 원생들 주장의 신빙성과 신씨 언행이 정서적 학대 행위라고 볼만한 수준이었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학원에서 수업 듣는 학생들 (CG) |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계속된 수사에도 불구하고 신씨가 학원 강의실, 자습실에서 신씨의 아동학대 행위를 목격한 다른 원생들이 없었던 점에 주목했다.
또 피해 원생들이 초기 진술에서 핵심적인 피해 사실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 진술의 구체성이 부족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딱밤을 때렸거나 뿅망치로 때렸다는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정서적 학대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아동학대 피해를 주장하는 원생들의 학부모 실명이 적힌 사건 관련 서류를 SNS에 올린 혐의(명예훼손)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해 1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신씨는 23일 "오랜 해외 생활 끝에 고향 태백으로 돌아와 학원을 열고 오로지 학생들을 진심으로 가르치는 데 모든 것을 쏟았다"며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한 지역 매체에서 아동학대범으로 몰아 아무런 항변조차 할 수 없었고, 억울했지만 1심 판결 이후에는 학원을 폐원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겪으며 정신을 잃을 때까지 술을 먹어야만 잠이 들 수 있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고 결국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며 "이런 사정을 알고도 나를 채용한 한 학원에서는 아동학대 논란이 있었다는 이유로 1천500만원 상당의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부당한 일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신씨는 "선생님이라는 직업 말고는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도 없기에 최소한의 생계만 이어갈 수 있다면 힘겨워도 명예 회복을 꼭 하고 싶었다"고 씁쓸해했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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