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승주 수습기자 =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덕궁 낙선재 풍경. 28일까지 평소 입장이 제한되던 낙선재 뒤뜰 후원 일대를 둘러보는 '봄을 품은 낙선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4.03.22. heyjud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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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승주 수습 기자 = "내려다보며 노니 단정한 숯기와가 연이었고 멀리 바라보니 눈앞이 탁 트이는 도다. 봄가을 좋은 날 좋은 시절 이렇게 돌아오니 어찌 날마다 감상하지 아니하리오"(숙종 취운정제영시(翠雲亭題詠詩))
숙종의 글처럼 창덕궁의 낙선재는 '눈앞이 탁 트이는' 그림 같은 풍경이다.
꽃샘추위 속 낙선재에 봄이 먼저 찾아왔다. 산수유, 진달래꽃,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 향기를 전한다. 함부로 들어가지 못했던 낙선재 뒤뜰 후원도 활짝 열려 '봄꽃'을 맞이하고 있다.
문화재청이 22일 연 '봄을 품은 낙선재' 행사는 그야말로 봄 기운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참가자 20명은 모두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낙선재 뒤뜰에 발을 들였다. 꽃을 심어 놓은 계단을 오를 때면 달큰한 매화꽃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그동안 은밀한 공간에서 조용히 살아온 잔디밭도 싱싱함을 뽐냈다. 노란색, 흰색 쌀 알 같은 이름 모를 꽃들과 함께 진한 풀 냄새를 풍겼다.
[서울=뉴시스] 이승주 수습기자 =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덕궁 낙선재 화계. 28일까지 평소 입장이 제한되던 낙선재 뒤뜰 후원 일대를 둘러보는 '봄을 품은 낙선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4.03.22. heyjud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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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하지만 아름다운 '낙선재'
낙선재는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다는 '검이불루(儉而不陋)'를 실현한 공간이다. 궁궐에 있는 집이지만, 단청을 칠하지 않아 수수한 모습으로 주변에 핀 연한 색 봄 꽃들과 어우러져 단아함이 돋보였다.창덕궁 낙선재는 조선 24대 왕 헌종의 서재 겸 휴식을 취했던 주거 공간이다.
단청을 칠하지 않았지만 낙선재 일원을 구성하는 담벼락과 문창살, 난간은 다양한 문양을 포함하고 있어 화려함을 더했다.
낙선재 일원 뒷마당의 문 옆에 있는 포도덩굴 문양은 다산을 상징하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구조를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이승주 수습기자 =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덕궁 낙선재 상량정. 28일까지 평소 입장이 제한되던 낙선재 뒤뜰 후원 일대를 둘러보는 '봄을 품은 낙선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4.03.22. heyjud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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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열린 낙선재 뒤 뜰 후원 상량정
낙선재 일원인 석복헌과 수강재는 각각 헌종의 후궁 경빈 김씨와 할머니 대왕대비 순원왕후의 처소로 마련된 공간이다. 세 건물 모두 뒤쪽에 각각 후원이 조성되어 있다.낙선재 일원은 담으로 구분되어 독립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담의 문을 열면 전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특징이 있다.
'시원한 곳에 오르다'라는 뜻의 '상량'은 높은 곳에 자리한 상량정에서는 창덕궁 낙선재의 전경을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다.
상량정에 오르자 담벼락에 동그란 원 모양으로 뚫린 만월문이 반겼다.
이날 상량정은 굳게 닫힌 창호문을 열고 내부 천장까지 공개됐다. 천장에는 부처님 손가락을 닮았다는 불수감과 복숭아, 복을 상징하는 박쥐와 학무늬가 새겨져 있다.
승화루 담장에는 창경궁으로 통하는 작은 문이 숨겨져 있다. 문을 열면 창경궁 통명전이 바로 내려다 보인다. 동쪽으로 이동해 취운정에 가서는 더 가까이서 창경궁 전경을 볼 수 있다.
취운정은 정자임에도 특이하게 온돌이 설치돼 있다. 숙종이 이곳에 애정을 갖고 자주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 이승주 수습기자 =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덕궁 낙선재 풍경. 28일까지 평소 입장이 제한되던 낙선재 뒤뜰 후원 일대를 둘러보는 '봄을 품은 낙선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4.03.22. heyjud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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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 "궁에서 맞는 봄 기운 너무 좋아"
치열한 '피켓팅'을 거쳐 이번 행사에 참가한 관람객들은 "꽃들이 활짝 피지 않아 아쉽지만 궁에서 보는 봄 풍경은 너무 좋다"고 입을 모았다.30대 여성 관람객은 "엄마랑 함께 오고 싶었지만 표를 하나밖에 구할 수 없었다"며 "작년에는 실패했다가 올해 처음 성공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연차를 쓰고 올라왔다는 남성 참여자도 "예매하는 서버가 다운됐었다"고 전했다. 그래도 "지난주에 궁궐 보러 왔었는데 4월 초에 다시 한번 보러 와야 할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봄을 품은 낙선재' 행사는 오는 28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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