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이슈 총선 이모저모

"정치 잘아는 5선" "가장 큰 개시장 없애"…인물만 본다는 이곳 [총선 핫플레이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21일 오전 부산 북갑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서병수 후보(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가 후보자 등록 서류를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엑스포도 안되뿌째, 이재명이는 헬리콥터타고 서울 병원 찾아갔재. 아쉬버 죽것다.”

부산 만덕동에서 두부 가게를 운영하는 윤명한(54)씨는 21일 기자와 만나 여야 정치권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총선 선택은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라며 “인물만 보겠다”고 했다. 그는 “일 잘하는 전재수랑 큰 정치인 서병수 사이에서 누굴 선택할지 고민”이라며 “만덕동 개발에 누가 앞장설지가 나한텐 가장 중요한 투표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PK(부산ㆍ울산ㆍ경남) 낙동강 벨트 중 하나인 부산 북갑 지역을 19일부터 사흘간 밀착 취재했다. 당초 이 지역은 1996년 15대 총선부터 지난 21대 총선까지 북구와 강서구를 합쳐 북-강서갑ㆍ을 두 개 선거구로 존재했지만, 이번 선거구 획정에 따라 강서구는 별도 선거구로 독립하고 북구만 갑ㆍ을로 나누어졌다.

기존 북-강서갑은 15대 총선부터 5번 연속 국민의힘 계열 후보가 당선됐던 보수 진영의 텃밭이었다. 하지만 청와대 제2부속실장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북구 토박이’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출마하며 판도가 뒤집혔다. 지난 2번의 총선에서 모두 승리한 전 후보는 이곳에서 3선을 노린다. 반면 국민의힘은 탈환을 위해 부산진갑 5선 의원이자 부산시장 출신 서병수 후보를 차출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90도 허리 숙인 부산시장 출신 서병수



중앙일보

부산 북갑에 출마한 국민의힘 서병수 후보가 19일 부산 북구 만덕동에서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기호 2번! 국민의힘 서병수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19일 오후 6시 퇴근 시간 무렵, 만덕3동 주민센터 인근 사거리에 선 서 후보가 지나가는 차량에 연신 이렇게 외쳤다. 허리를 90도 가까이 숙이며 인사했다. 이런 서 후보를 바라보며 버스 안의 한 중년 승객은 손을 흔들기도 했다.

서 후보는 ‘북구, 위대한 변화!’라는 문구가 적힌 널판을 목에 걸었다. 흰색 장갑 바닥엔 ‘국민의힘’이란 붉은 글씨가 적혀있어 손을 흔들 때마다 당명이 강조됐다. 부산시장 출신으로 지역 인지도가 높은 서 후보를 먼저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다. 검은색 SUV 차량 운전자는 서 후보 앞에서 속도를 줄인 뒤 창문을 내려 “서병수 화이팅!”이라고 외쳤다. 이후에도 서 후보 앞에 차를 세워 응원을 건넨 사람이 서너명 됐다.

서 후보는 오랜 정치 경력을 앞세우며 ‘큰 정치론’을 강조했다. 그는 “제가 걸어온 길을 보고 유권자들이 우리 지역구를 위해 큰일을, 제법 의미 있는 일을 해주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가 있다”며 “북갑 탈환이란 염원을 잘 결집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덕천2동에서 건강원을 운영하는 장영오(72)씨는 “민주당이 자꾸 정부 발목을 잡아서, 이번엔 서병수를 찍을 생각”이라며 “부산시장도 하고 국회의원도 여러 번 해서 정치를 잘 아는 서병수가 돼야 지역 공약을 잘 추진할 것 같다”고 했다. 구포시장에서 만난 이선희(62)씨는 “윤석열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서병수 의원을 꼭 뽑겠다”고 말했다.



“행님” “누님”, 북구 토박이 전재수



중앙일보

부산 북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 19일 부산 북구 덕천동 젊은의 거리에서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은 날 오후 1시 덕천동 젊음의 거리. ‘우리 일꾼 전재수’란 문구가 적힌 커다란 널판을 목에 건 전 후보는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 점퍼를 입고 인사에 나섰다. 당명은 적혀있지 않았다. 전 후보는 호떡 장사하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누님~ 밥은 뭇나. 장사만 하지 말고 식사 챙겨 드이소”라고 살갑게 인사했다. 지팡이를 짚고 걷는 노인에게 다가가선 “행님, 어데 갔다 오십니꺼. 건강 잘 챙기야 됩니데이”라고 말했다.

전 후보는 구면이 많은 듯, 여기저기 상인에게 “행님” “누님”이라고 했다.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먼저 인사를 건네는 시민도 종종 보였다. 전 후보의 거리 인사엔 청년층의 관심도 높았다. 30대로 보이는 여성은 전 후보에게 달려와 “응원한다”며 커피 두잔을 건넸다. 잡화점에서 나오는 두 여성에게 전 후보가 고개 숙여 인사하자, 이들은 전 후보에게 “자주 뵐게요”라며 양손으로 ‘엄지 척’을 했다.

초ㆍ중학교를 북구에서 다닌 전 후보는 ‘토박이 일꾼론’을 강조한다. 전 후보는 “북구에서 쭉 살아왔고, 쭉 일해온 전재수에 대해 ‘우리 일꾼’이란 믿음이 강해지고 있다는 걸 몸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만덕동 남산정역에서 만난 한옥출(66)씨는 “전재수 그 사람이 전국에서 제일 큰 구포 개시장을 다 없앴다이가”라며 “내 눈에 개장사 안 보이는 것만 해도 어데고. 내는 무조건 전재수”라고 말했다. 만덕2동에서 만난 김동기(61)씨는 “민주당은 파인데(싫은데) 일 잘하는 전재수는 좋다”고 했다.



"낙후된 북갑 발전" 공통 공약…여론조사는 접전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북구는 전 후보가 재선한 곳이지만, 여전히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 땐 윤석열 대통령이 득표율 56.4%를 기록, 39.8%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16.6%포인트 차로 이겼다. 특히 이번 선거구 조정으로 전 후보가 우세했던 만덕1동이 북을로 옮겨가며 여당에 좀 더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선 두 후보의 우위를 가늠키 힘든 결과가 나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부산일보 의뢰로 지난 18~19일 부산 북갑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 후보 49.9%, 서 후보 42.8%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무선 ARS조사 10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야 후보는 한목소리로 낙후된 북갑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구포시장 인근에 ‘덕천역 에스컬레이터 연내 착공’이란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아래 위로 달기도 했다. 공약은 엇비슷했지만, 유권자에게 믿음을 주는 방식은 달랐다. ‘여당 후보’라는 점을 강조한 서 후보는 “중진으로서 부산 북부 발전을 시켜줄 것이란 주민 기대에 반드시 부응할 것”이라고 했다. 전 후보는 “부산ㆍ대구 MBC가 공동 기획한 부산 국회의원 18명 공약 이행률 평가에서 내가 98%로 부산 1등을 했다”고 말했다.

부산=김기정ㆍ이가람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