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하는 박찬호 |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코리안 특급' 박찬호(50)는 역사적인 시구를 앞두고 "시구 하나인데 한 경기 다 던지는 것처럼 긴장했다"면서 "누가 이기는지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두 팀 모두와 인연이 깊은 박찬호답게, 어느 한쪽도 응원하기 힘든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다저스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첫사랑'과 같은 팀이고, 현재 고문직을 맡고 있는 샌디에이고는 '아내'와 같다.
박찬호는 '반반 유니폼'으로 이런 마음을 표현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박찬호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MLB) 서울시리즈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개막전에 시구자로 나섰다.
그의 가슴팍에는 '파드리스'(PADRES)와 '다저스'(dodgers)를 절반씩 적용한 '파드저스'(PADgers)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등에는 상징과도 같은 등번호 '61번'을 그대로 달았다.
포옹하는 박찬호-김하성 |
절반은 샌디에이고, 절반은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그는 시포자로 나선 샌디에이고 후배 김하성에게 힘차게 시구했다.
1994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MLB에 데뷔했던 박찬호는 그로부터 30년의 세월을 건너 이번에는 한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MLB 정규리그 경기에서 시구했다.
경기에 앞서서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데뷔전에서 썼던 글러브를 다시 (박찬호기념관에서) 가져와서 의미 있는 시구에 함께 하겠다"고 예고했던 것도 지켰다.
처음 마운드에 올라왔을 때는 빈손이었던 그는 잠시 후 글러브를 건네받고는 마치 30년 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강속구를 던졌다.
그리고 후배 김하성과 포옹하고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이날 경기를 앞둔 선수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자연스럽게 넘겼다.
시구하는 박찬호 받아내는 김하성 |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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