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격 인하 압박 수위↑...CJ제일제당, 밀가루값 평균 6.6%↓
식품업계 "소비자용 밀가루만 인하...B2B용 밀가루는 해당 안돼"
정부, 밀가루 이어 설탕 가격 정조준...설탕 가격지수는 오름세
밀가루 가격이 내려가면서 과자·라면·빵에 대한 가격 인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이들 품목은 모두 밀가루를 원재료로 하고 있다.
정부가 '담합 조사' 카드까지 꺼내며 강력한 물가 안정 의지를 드러내자, 식품업계의 긴장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 다음 달 1일부터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 가격을 최대 10% 할인한다. 인하 대상 품목은 중력 밀가루 1㎏, 2.5㎏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 등 3종이다. 대형마트 정상 가격 기준으로 제품별 3.2~10% 인하한다. 평균 6.6% 가격을 내리는 셈이다. 부침용 밀가루와 중력 밀가루는 일반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전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판매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관련기사 16면>
CJ제일제당은 최근 10년간 소비자용 밀가루 값을 내린 적이 없다. 하지만 정부가 장바구니 물가 관련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급한 지 하루 만에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 '제분·제당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이 선제적으로 밀가루 값을 내리자 삼양사와 대한제분도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다.
식품업계는 밀가루 값 인하 움직임이 밀가루를 쓰는 식품 가격 인하까지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까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식품업계가 국제 밀 가격 하락분을 반영해 과자·라면·빵 가격을 내린 데다 이번에 인하한 밀가루는 소비자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농심은 신라면 가격을 50원, 오뚜기는 대표 제품 진라면을 제외한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제외한 12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하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밀가루에 이어 설탕 값도 정조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 서울 중구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국내 제당 3개 업체에 조사관을 파견해 이들 기업의 설탕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탕 가격은 설탕 가격 지수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하며 안정세로 돌아선 반면 설탕 가격 지수는 여전히 오름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17.3으로 전월보다 0.7% 내렸지만, 설탕 가격 지수는 140.8로 전월 대비 3.2% 상승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인하한 밀가루는 기업 간 거래(B2B)가 아니라 B2C 밀가루 가격을 내린 것"이라며 "식품업계가 사용하는 B2B용 밀가루에는 가격 인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라면은 밀가루 외에도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있고 환율을 비롯한 유가, 물류비 등도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고 강조했다. 밀가루 값 인하만으로 다른 제품군 가격까지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주경제=홍승완 기자 veryho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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