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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연기 헤치고 불 끄고…국가별 '안전 리더' 된 조선소 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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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소방, 급증한 외국인 소방안전 교육 강화…16개 언어로 리플렛도 제작

연합뉴스

소화호스 분사하는 외국인 소방안전 리더들
[촬영 장지현]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다른 동료들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제가 잘 가르쳐 줄 거예요."

울산지역 소방 당국이 최근 급증한 조선소 외국인 근로자 일부를 '국적별 소방 안전 리더'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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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언어로 번역된 소방안전 리플렛 읽는 외국인 소방안전 리더들
[촬영 장지현]



20일 오전 울산 동부소방서 다목적훈련장은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20여 명으로 북적였다.

모두 HD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조선소에서 근무 중인 이들은 생김새나 쓰는 언어는 모두 다르지만, 체류 기간이 길고 한국어가 능숙해 '국적별 소방안전 리더'로 뽑혔다.

입고 온 작업복을 벗고 훈련용 방화복으로 갈아입은 뒤, 5∼6명으로 조를 나눠 소방서 지하 농연 훈련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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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농연장 탈출하는 외국인 소방안전 리더들
[촬영 장지현]



뿌연 연기로 가득 차 한 치 앞도 보기 힘든 내부였지만, '자세를 숙이라', '오른손을 벽에 짚어 탈출구를 찾아라' '앞사람 어깨에 손을 떼지 말라'는 설명을 집중해서 들은 끝에 금세 탈출에 성공했다.

이어진 소방호스 사용 교육에서는 3명이 한 조를 이뤄 소화 호스로 직접 불을 꺼봤다.

노즐을 밀고 당기며 수압을 조절하는 방법까지 배웠다.

훈련이 끝난 뒤 이들은 소방관 옷을 입은 자기 모습이 뿌듯한 듯 '메이데이'를 외치거나,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든 채 사진을 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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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진 찍는 외국인 소방안전 리더들
[촬영 장지현]



이날 훈련에 참여한 베트남 국적 웬뻔씬(35)씨는 "앞이 보이지 않는데 길을 찾는 게 어려웠다"며 "불이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다른 동료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가르쳐 주겠다"고 다짐했다.

14년 차 조선소 근로자인 스리랑카 국적 인디카(38)씨도 "일하면서 회사에 불이 난 일이 몇 번 있었는데 오늘 훈련을 통해 화재나 폭발 사고가 생길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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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현대중공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와 현대미포조선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5천210여 명으로, 전년 동월(2천460여 명) 대비 두배 이상 늘었다.

이에 소방당국은 각 조선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국적별로 소방안전 리더를 양성하고, 기업과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지속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소방안전 리더는 한국 문화·언어에 익숙한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국적별로 양성되며,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직원들에게 소방안전 관련 내용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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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진 찍는 외국인 소방안전 리더와 울산 동부소방서 관계자들
[울산 동부소방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 동부소방서는 이날 훈련을 시작으로 조선소 소방안전 리더들에게 안전 체험관 견학 등 다양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과 동부소방서는 지난 2월 신규 입국 근로자들에 대한 소방안전교육을 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16개 언어로 제작된 소방안전 리플렛도 제작해 배포한다.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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