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2024 빅매치 르포] 인천 계양구을①-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본인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소재 한 성당에서 시민과 만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 /사진=김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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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불가능한 약속 하면 안 되는 거죠. 저는 절대 그런 약속 하지 않을 겁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인천 계양구 소재의 한 성당 앞에서 만난 한 시민과의 대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계양구와 인접한 지방자치단체 용역 청소부라고 밝힌 이 시민이 "정치인들이 매번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지만 매번 지켜지지 않았다"고 토로하자 이 대표는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이 대표는 본인 지역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없는 처지다. 모처럼 계양을 찾은 이날도 그랬다. 이 대표는 만나는 시민들마다 "어느 곳에 사시든지 민주당을 지지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이 대표와 계양의 인연은 길지 않다.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인천 계양구을 보궐선거에 전략공천되면서 연을 맺었다.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급하게 계양구청 인근 오피스텔에 거처를 마련했고 당선 후에는 귤현동의 한 아파트에 전세를 얻었다.
그런데도 계양은 이 대표에게 특별하다. 대권에 도전했던 이 대표가 처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곳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민주당 텃밭으로만 불렸던 계양은 이 대표의 등장과 함께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상대 후보의 중량감도 커졌다. 여권의 대선 잠룡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대형 정치인들의 등장에 주민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품는다.
이날 오전 이 대표는 최소한의 수행원만 대동한 채 계양구 소재의 한 교회에서 열린 주일예배에 참석했다. 일상적인 식순이 치러지던 중 대형 스크린에 이 대표의 얼굴이 잠시 비치자 정숙하던 장내가 잠시 술렁였다. 이 대표의 입장 사실을 몰랐던 신자들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예배를 마친 뒤 신자들과 함께 줄지어 빠져나오던 이 대표를 향해 많은 이들이 반가움을 전하고 응원의 말을 건넸다.
한 신자가 옆에 선 이 대표에게 "우리 언니가 왔으면 너무 좋았을 텐데. 성남 사는 우리 언니가 대표님 너무 좋아한다"고 했다. 교회 바깥으로 빠져나온 이 대표 주변으로 많은 신자가 몰려들었다. 교회 신자인 한 50대 부부는 이런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면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국민의힘에서 누굴 내보내더라도 민주당과 이 대표가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계산동 일대에서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4.03.10.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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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대표는 지역 행사가 열리는 인근의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과 가까운 계산체육공원에서 하차한 이 대표 주변으로도 인파가 몰렸다. 계산체육공원은 계양산 메인 등산로와 인천지하철 1호선 계산역 사이에 위치했다. 주말이면 가벼운 산행을 위해 인천뿐 아니라 인접한 서울·김포 주민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이 대표가 등장하니 운동을 나온 시민들이 한 눈에 알아보고 인사를 나누거나 사진 찍기를 청했다.
사진을 찍으려던 한 시민이 "전 계양구 살지 않는다"며 말끝을 흐리자 이 대표는 "어디 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촬영에 응했다. 성당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신자들이 이 대표를 보고 모여들었다. 이들은 "반갑다"라거나 "힘내시라"면서 이 대표를 응원했다. 이 대표 주변은 시종일관 웃음이 넘치는 모습이 연출됐다.
반면 이 대표를 외면한 뒤 갈 길을 재촉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이름값만으로 표를 얻으려는 행태에 대한 반감이 크다고 입을 모으면서 "지금 계양에 필요한 것은 대형 정치인이 아닌 지역을 위해 땀 흘릴 일꾼"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성당에서 이 대표를 지나쳐 밖으로 나온 한 60대 부부는 "30년 넘게 계양에 살면서 줄곧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피부로 느껴질 만한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이번 총선에서도 이재명과 원희룡이라는 정치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계양 주민의 삶에 대해선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에만 맡기니 당연히 뽑아주는 줄 알고 신경을 안 쓴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선거에서 전과 다른 선택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면서 "누가 되든 낙후된 지역 개발이나 교통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으면 싶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계양 지역의 주요 현안과 관련한 공약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지난 보궐선거 당시엔 △GTX D Y자노선 원안 추진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서울2호선 청라 연장 △공항철도·서울9호선 직접 연결 등을 약속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를 근간으로 하는 공약을 내세울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대리인을 통해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 대표는 예비후보 등록을 하며 "이번 총선은 대한민국 명운을 결정할 중대선거"라며 "4·10 심판의 날, 경제와 민생 그리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에 책임을 묻고 계양에서부터 무너진 민생을 복원하겠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 계양을은?
인천 계양을은/그래픽=조수아 |
대선주자급 인사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출사표로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인천 계양을은 기존엔 민주당 계열 정당이 사실상 싹쓸이 해온 지역구다. 계양구의 동북부 지역이 이 선거구에 해당한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계양구가 단일 선거구였던 16대 총선부터 계양을로 분구된 17~18대까지 내리 3선을 지냈다. 송 전 대표가 중도에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치러진 2010년 재보궐 선거에서 이상권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는데, 보수 정당 후보가 승리한 건 이 때가 유일하다. 이 후보는 야권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으로 분열됐는데도 약 5%p(포인트) 격차로 신승을 거뒀다.
19대 총선에선 최원식 민주통합당 후보가 당선됐으며, 20대 총선에선 2년 전 인천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송 전 대표가 이 지역으로 돌아와 다시 배지를 달았다. 21대 총선까지 이 지역에서 5선의 기록을 세웠다.
2022년 6월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선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전략공천했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한 직후 민주당의 '텃밭'에 출마하는 데 대해 여권에서 공세를 퍼부었다. 국민의힘에선 '지역 일꾼'으로 이 지역구에 2차례 출마한 경험이 있는 윤형선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선 윤 후보가 이기는 결과도 일부 나왔으나 결국 10.5%p 차이로 이 대표가 승리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작전서운동을 계양을로 보내고, 계산1동과 계산3동을 계양갑으로 넘기는 선거구 획정이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계산 1동이 갑 선거구로 넘어가고 진보세가 강한 작전서운동이 을 선거구로 넘어왔단 점에서 원 전 장관에게 불리해졌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보수 진영에서 이곳 계양을에 전국구 인지도를 가진 후보가 처음 등판했단 점에서 이 대표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졌단 분석도 나온다.
인천=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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