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소맥·대두유 2022년 3분기 이후 하락세 지속
식품업체 ‘실적잔치’…소비자 “가공식품 가격 인하해야”
식품업체 “지난 2년간 물가안정 기조에 동참해 가격 인하 어려워”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라면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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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식품기업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18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이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농심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3조4106억 원, 영업이익은 212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9%, 영업이익은 89.1%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6.2%다.
이에 대해 농심 측은 세계적인 ‘K-푸드’ 열풍을 타고 신라면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이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고, 국내에서 신제품도 큰 반응을 얻으며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기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삼양식품은 2023년 매출 1조1929억원, 영업이익 1468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대비 31%, 영업이익은 62% 늘었다.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긴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이 외에도 오리온이 지난해 연결 기준 492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빙그레(1122억원), 풀무원(620억원) 등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서울의 한 마트를 찾은 고객이 밀가루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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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은 지난 2022년 9월 9년 만에 초코파이를 비롯한 16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15.8% 인상했다. 빙그레는 지난해 ‘바나나맛 우유’ 가격을 기존 1700원에서 1800원으로 100원 올렸다. 앞서 2022년 11월에도 ‘바나나맛 우유’ 가격을 1500원에서 200원 올린 바 있다.
실적이 좋다보니 직원들의 급여도 상당 폭 인상됐다.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오리온이 8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0.0% 늘었고 빙그레는 약 6000만원으로 11.8% 증가했다.
서민들이 고물가와 고금리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상황에서도 식품업체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직원들의 급여를 상당 폭 올린 것이다.
◆소비자들 원자재 가격 인하 했으니 제품 가격 내려라
식품업체들이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인상된 가격을 유지하면서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17.3으로 전달보다 0.7% 내렸다. 이 지수는 지난해 7월 124.6에서 지난달까지 매달 하락했다.
서울의 한 마트에 식용유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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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 가격지수는 113.8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170.1) 대비 33.1% 하락했다. 유지류 가격지수는 2022년 3월 251.8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달(120.9)에는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이를 고려해 식품 기업이 제품 가격을 내릴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허선영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간사는 “밀가루, 식용유의 원재료인 소맥, 대두유 가격 하락세가 2022년 3분기 이후 지속됐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을 내릴 여지가 있다” 며 “기업들이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빠르게 소비자가에 적용한 것과 같이 원재료가 인하 시에도 이를 소비자가에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대두유(1.8ℓ) 가격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2022년 1분기 2952.1원에서 3분기 4394.3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하락했다. 작년 4분기 가격은 2888.6원까지 내려와 2021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소맥분(1kg 기준) 가격도 2022년 4분기 630.6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작년 4분기 435.1원으로 내려왔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2022년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자 지난해 주요 식품업체들이 가공식품 물가를 올리고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했다”며 “식용유와 밀가루 원재료인 대두유와 소맥분 가격이 하락했으니 이를 출고가와 소비자가격에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식품 기업들은 가격 인하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하락해도 인건비, 전기요금 등 타 비용이 오른 점을 감안하면 가격 인하는 어렵다”고 전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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