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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한반도 덮친 미세먼지

올봄 첫 황사 경보 속 유세…"후보는 정당색 마스크도 사치"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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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서 시민들과 인사하는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서울 종로).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나쁨'까지 오른 이날 최 후보는 실내에선 마스크를 착용하고, 야외에선 마스크를 미착용한 채 유세를 펼쳤다. 사진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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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봄 첫 황사의 영향으로 인천·경기·충남은 황사 위기경보(‘주의’), 다른 지역은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돼 22대 총선 후보들의 선거운동에도 영향을 줬다. 여야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은 4·10 총선 선거일을 불과 24일 앞둔 상황이어서 각 정당 색깔로 된 마스크를 착용하고 황사 속 표심 잡기에 열을 올렸다.

17일 오후 인천 및 경기 북부 지역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매우 나쁨’ 기준(151㎍/㎥ 이상)의 두 배인 300㎍/㎥를 넘어서면서 유세 현장의 여야 각 정당·캠프 관계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현장의 여야 관계자 모두 “후보자는 유권자와 얼굴을 마주하고 표정을 드러내야 제대로 각인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먼지 좀 마시더라도 맨 얼굴로 다가가려고 한다”며 시민과의 스킨십을 우선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권자에게 얼굴을 각인시켜야 하는 후보로선 마스크 착용은 건강 관리보다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사치라는 얘기다.

서울 종로구 현역 의원인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는 이날 오후 구기동 일대에서 유세를 펼쳤다. 북한산이 인접한 구기동엔 마스크를 착용한 등산객들이 많았다. 이에 최 후보는 실내에선 마스크를 쓰면서도, 황사가 심한 야외에선 벗은 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오후 2시 구기동 인근의 미세먼지 농도는 351㎍/㎥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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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기동의 한 빵집에서 시민들과 인사하는 최재형 국민의힘 후보(서울 종로). 이날 최 후보는 실내에선 마스크를 착용하고, 야외에선 마스크를 미착용한 채 유세를 펼쳤다. 이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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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의원실 관계자는 “유권자에게 밝은 표정으로 다가가야 하는 만큼 봄철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고 해도 마스크를 쓰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 후보 본인도 “2022년 재보궐 선거 땐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는데 지금이 한결 편하다”면서도 “경로당 등 실내에선 감염 문제를 고려해 마스크를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후보는 종로에서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후보, 금태섭 개혁신당 후보와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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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2시30분쯤 경기 화성시 동탄호수공원 광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수원·용인·화성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 화성 지역구로 출마하는 시·도의원 후보가 황사로 인한 짙은 미세먼지에도 마스크 착용 없이 시민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손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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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2시30분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수원·용인·화성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가 찾은 경기 화성시 동탄호수공원 광장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파란색 계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손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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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중앙선거대책위 회의로 일정을 채운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에 이어 연이틀 경기도를 찾았다. 이 대표는 오후 2시 30분쯤 화성시 동탄호수공원을 찾아 40여분간 머무르면서 ‘격전지 수도권 사수’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도착한 시점, 동탄호수공원에 설치된 미세먼지 알리미 전광판의 수치는 171㎍/㎥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매우 나쁨 수준에 해당한다.

이 대표와 경기남부 지역구 출마 후보들 역시 맨 얼굴로 지지자 앞에 섰지만, 둘러싼 지지자들은 민주당 상징색인 파란색 모자나 점퍼에 파란 마스크를 쓴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어머니와 반려견과 함께 유세 현장을 찾은 A씨(20대)는 “코로나19 때 짙은 파란색 마스크를 많이 구비해놨는데, 황사도 심하고 간만에 이 대표가 집 근처에 온다고 해서 쓰고 나왔다”고 말했다.

민주당 화성지역위원회 소속의 여성 당원들도 “조금이라도 당을 지지율을 끌어 올리고 싶어 찾아 썼다”며 파란색 KF94 새부리형 보건용 마스크를 단체로 쓰고 나왔다. 주최 측은 이 대표의 선거 유세 현장에 모인 사람을 1000명으로 추산했다.

한 수도권 지역구 후보 캠프 관계자는 “총선을 매번 황사가 심한 봄철에 치르다 보니 미세먼지와의 사투는 선거 때마다 겪는 일”이라며 “예비후보 기간부터 본 선거운동 기간까지 그리 긴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눈이 뻑뻑한 후보자는 안약을 챙겨 다니고, 목이 칼칼한 후보자는 캔디를 주머니에 넣고 선거운동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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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경기 화성 동탄호수공원 광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역구 후보들이 도착할 즈음 미세먼지 알리미 전광판. 손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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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배·이영근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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