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충격에…서민 대출 연체율 일제히 급등

클립아트코리아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저신용 서민층 가계의 빚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급하는 각종 서민 금융상품의 연체가 지난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개혁신당 양정숙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을 위한 정책 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지난해 대위변제율(대위변제금액/보증공급잔액)이 21.3%로 2022년(15.5%)보다 5.8%포인트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위변제란 대출을 받은 차주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을 때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책기관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을 뜻한다. 햇살론15 대위변제율이 20%대로 치솟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특히 햇살론15는 불법 대부업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저신용자들이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높은 연 15.9% 금리로 정책자금을 대출하는 서민 금융상품이다. 이 상품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저신용 서민층의 상환능력이 한계 상황에 도달해 다시 사채시장 등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햇살론15뿐 아니라 다른 서민 금융상품도 일제히 연체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 34살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햇살론 유스’의 대위변제율은 2022년(4.8%)의 두 배 수준인 9.4%로 치솟았고, 저신용 근로소득자를 위한 ‘근로자햇살론’의 대위변제율도 2022년 10.4%에서 지난해 12.1%로 올랐다. 저소득·저신용자 가운데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1금융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햇살론뱅크’의 대위변제율은 8.4%로 전년(1.1%)보다 7.3%포인트 급등했다.

이 밖에도 병원비·식대 등 그야말로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원을 당일 빌려주는 마이크로크레딧 상품인 소액생계비대출의 지난해 연체율은 11.7%로 나타났다. 신용평점 하위 10%인 최저신용자들을 위한 최저신용자특례보증의 대위변제율도 14.5%로 나타났다.

연령대로 나눠보면 20대 이하 청년층의 대위변제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자산 형성이 이뤄지지 않은 청년층의 상환능력이 가장 취약한 셈이다. 2018년 이후 6년간 이들 서민 금융상품을 지원받은 이는 모두 287만명으로 대출 총액은 19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약 10%에 해당하는 1조9922억원이 연체됐고, 지난해 연말 기준 미회수금은 1조8058억원에 달했다. 양정숙 의원은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가계 빚 부담에 짓눌린 서민층의 고통이 정책금융 상품 연체율 증가로 나타나는 모습”이라며 “서민용 정책금융상품 금리 적용에 근로소득 증가율을 연동시키는 등 금리 설계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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