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오심도 야구의 일부’라고 했고, 많은 이들은 “사람이 하는 것이니…”라고 넘어갔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바로잡을 만한 기술력이 있다. 그 기술력을 쓰지 않는 것도 이상한 시대가 됐다. KBO가 1군 리그에서는 가장 먼저 그 기술력을 도입한다. 선수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고, 그 사이즈의 일정 비율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한다.
일단 팬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아직 기술력이 100%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앞으로 보완의 여지가 크다. 설사 100% 완벽하지 않다 하더라도 그래도 사람보다는 더 정확하지 않겠느냐는 환영이다. 선수들과 심판들의 대립도 사라질 전망이다. 덕분에 심판들도 부담을 덜었다. 심판의 고유 영역을 해치는 것이 아닌, 완벽하지 않은 인간인 심판을 보완하는 장치라고 보면 마음이 편하다.
누가 유리한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투수가 유리한지, 타자가 유리한지, 투수가 유리하다면 구위파 투수가 유리한지, 제구력 위주의 투수가 유리한지는 한 시즌 이상 표본이 쌓여봐야 알 전망이다. 여기서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는 단연 류현진(37한화)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1년을 뛰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KBO리그 복귀를 선언한 류현진은 정교한 제구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은 그 제구가 ABS 시스템에 어떻게 녹아들 것인지는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 류현진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다. 메이저리그도 아직 ABS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립리그나 일부 마이너리그에서 시범 도입하고는 있지만 메이저리그는 아직 도입 전이다. 메이저리그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심판 노조는 물론, 이상하게 선수 노조에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도입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런 류현진은 지난 12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ABS 시스템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경기를 지켜 본 한 해설위원은 “류현진이 전체적인 자신의 컨디션을 신경 써야 했던 경기였기 때문에 일단 그것에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느꼈다”면서 “몸이 조금 풀린 뒤에는 일부 투구에서 ABS 시스템의 존을 테스트하는 느낌도 있었다”고 했다.
류현진은 공 하나를 컨트롤할 수 있는 선수다. 메이저리그의 괴물 같은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 제구가 생명이었다. 류현진이 시속 90마일(145㎞) 남짓한 공을 가지고도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였다. 류현진은 1회 이우성 타석 때 2B-2S에서 7구째 몸쪽 패스트볼이 볼 판정을 받자 미소를 지었다. 인간 심판이었다면 몇몇은 손이 올라갈 수도 있는 코스였다. 류현진의 표정은 마치 “ABS가 여기는 안 잡아주네”라는 듯했다.
한 차례 ABS 시스템을 경험한 류현진의 테스트는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릴 롯데와 경기를 앞두고도 이어질 전망이다. 몸 상태는 계속해서 좋아질 가능성이 크고, 이날 경기는 정규시즌 개막전을 앞둔 마지막 등판이다. 다양한 코스의 공을 구석구석 던져볼 가능성이 있다. 류현진은 다양한 구종을 언제든지, 그것도 정확하게 던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류현진이 ABS 시스템의 머리 꼭대기에 설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타자들이 류현진의 제구 늪에 말려 들어가기 전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시즌 초반의 관심거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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