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은 국가 재정과 미래 세대의 앞날이 걸린 중대 현안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운다는 의지로 정부와 국회가 근본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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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11일 두가지 연금개혁안을 제시했다. 노동계, 사용자, 지역가입자, 청년, 수급자 단체 대표 등 36명으로 구성된 의제 숙의단이 2박3일 합숙토론을 거쳐 내놓은 개혁안이다. 4월 중 500명의 시민대표단이 투표로 둘 중 하나를 결정하도록 돼있다.
내는 돈(보험료율)을 소득의 9%에서 13%로 늘리고, 받는 돈(소득대체율)도 40%에서 50%로 늘리는 것이 1안이다. 내는 돈을 12%로 늘리지만 받는 돈은 현행을 유지하는 것이 2안이다. 수급개시 연령을 만 65세로 유지하고, 의무가입 상한연령은 59세에서 64세로 높이는 안도 채택했다. 1안은 '소득 안정'에, 2안은 '재정 안정'에 방점을 뒀다고 밝혔다.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이고, 기금 규모는 1035조8000억원(2023년 말)이다. 이대로 유지하면 국민연금 기금은 오는 2055년 바닥난다. 일본은 연금 줄 돈을 100년 치, 캐나다는 150년 치 쌓아두고 있는데 한국은 31년 치밖에 없다. 1990년생이 노령연금을 받을 65세가 되면 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공론화위가 내놓은 두가지 개혁안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연금기금 고갈 예상 시점이 현행보다 7~8년 늦춰질 뿐 재정안정 효과는 별로 없다. 1안은 기금 고갈 이후 미래세대의 부담이 너무 커진다.
국회 연금특위 전문가 자문기구인 민간자문위는 지난해 11월 '보험료율 13%로 인상-소득대체율 50%로 상향(1안)' '보험료율 15%로 상향-소득대체율 40%로 유지(2안)' 등 두가지 개혁안을 정부와 국회에 권고했다. 그런데 공론화위는 1안은 그대로 두면서 2안은 보험료율을 12%로 낮춰 재정 안정 측면에서 되레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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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이 아닌 개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의 권고가 이해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묻힌 모습이다. 이해 당사자 중에서도 노동계와 기성세대 입장이 과다 대표되면서 미래 세대에 부담이 떠넘겨질 판이다.
정부는 여기서 민감한 숫자를 뺀 맹탕 개혁안을 국회에 넘겼다. 국회 연금특위는 자문위와 공론화위를 구성하며 시간을 끌다가 기금 고갈 시점을 몇년 늦추는 땜질 처방전을 내놨다.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연금 수령액을 높이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개혁 방안은 없다. 연금개혁은 왜 하나. 기금이 고갈되는 것을 막고 재정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공론화위가 제시한 두 방안은 모두 연금의 수명을 몇년 늘릴 뿐 연금의 재정 상태는 현행 제도보다 악화한다. 연금개혁의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
시민대표단은 공론화위가 내놓은 두가지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있다. 이들은 학습과 TV토론 등을 거친 뒤 선택할 예정이다. 연금특위는 오는 5월 21대 국회 임기 만료 이전에 개혁안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일정을 잡았지만,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연금개혁을 미루고, 국회가 책임을 회피한 채 공론화 토론에 부치는 바람에 연금개혁은 불투명해졌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연금개혁을 ‘인기 없는 일이지만 해야 하는’ 3대 개혁 과제로 내세웠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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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구연금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메우려면 609조원 재정이 필요하고, 연금개혁이 1년 늦춰질 때마다 50조원이 추가될 것으로 분석했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국가 미래를 생각하면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KDI의 제안을 포함해 정부와 정치권이 연금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연금개혁은 국가 재정과 미래 세대의 앞날이 걸린 중대 현안이다. 정부·여당이 성과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요구된다. 모든 계층을 만족시킬 개혁 방안을 강구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 여당이 욕먹을 각오로 결정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공론화위의 논의에 맡기고 시민대표단의 투표 결과에 따르겠다는 것은 책임 회피다. 26년만의 연금개혁 시도가 또다시 표류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국가 백년대계에 대한 근본 처방을 결단해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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