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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시위와 파업

ILO "화물연대 파업 대응, 결사 자유 침해"... '오인'이라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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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업무개시 명령, 국민 생명 위협 시 적법"
2022년 화물연대 파업, 그 정도 아니라고 봐
'환영' 노동계 "안전운임제 재도입 대화해야"
정부 "불가피한 조치였다... ILO 구속력 없어"
한국일보

지난해 4월 8일 국회 앞에서 열린 화물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이봉주(앞줄 가운데) 화물연대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안전운임제 확대와 완전한 지입제 폐지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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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복귀) 명령은 화물 기사들의 결사의 자유 침해이자 화물연대에 대한 노조권 침해라는 국제노동기구(ILO) 판단이 나왔다. ILO는 화물 기사 같은 '자영' 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노동자의 결사 자유 보장을 위한 조처를 한국 정부에 재차 촉구했다. 정부는 "오인의 소지가 있다"며 ILO 권고안에 대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ILO는 1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50차 이사회에서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등이 제기한 진정 사건에 대해 산하 '결사의 자유 위원회'(CFA) 권고안을 채택했다. 앞서 2022년 11월 2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서자 정부는 두 차례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는 등 '노사 법치주의' 방침을 강조하며 대응했다. 이에 노조는 정부의 대응 방식이 ILO 핵심협약인 '결사의 자유 보호'(87호·98호)에 위배된다며 진정했고, 그 판단이 15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권고안은 우선 업무개시 명령에 대해 "결사의 자유 침해(infringed)"라고 명시했다. 정부는 2022년 11월 29일과 12월 9일 각각 시멘트와 철강·석유화학 운송 화물 기사들에 대해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불법 집단행동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명분이었다.
한국일보

2022년 12월 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파업철회 찬반투표에서 파업 종료가 가결되자 충남 당진시 현대글로비스 앞에서 농성하던 조합원이 업무 복귀를 하고 있다. 당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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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는 "총체적·장기간 파업이 국민의 생명, 건강,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경우 해당 상황을 초래한 특정 당사자에 대한 업무개시 명령은 적법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결사의 자유' 원칙에 반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정부의 두 차례 명령은 이 '예외 상황'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운송 중단이 건설 부문과 동절기 석유 공급 등에 미칠 영향을 강조했지만 설득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권고안은 또 "시멘트를 운송하는 화물연대 조합원 수와 동일한 2,500명의 화물 기사들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한 것은 사실상 해당 부문의 파업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LO는 국내 특수고용직 처우와 이들의 결사권에도 주목했다. 권고안은 "본 사건 내 모든 문제는 '특수고용' 또는 '자영' 화물 기사들의 단체인 노조를 지속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며 "이전 권고에 이어 거듭 해당 노동자들이 결사의 자유를 완전히 행사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가 현재 논의 중인 '특고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 보장' 조치에도 관심을 표했다.

ILO는 끝으로 △자영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 원칙을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보장할 것 △단순히 업무개시 명령 불이행을 이유로 화물연대 파업 참가자들을 형사처벌하지 말 것 △개별 조합원 행동에 따른 화물연대 제재를 하더라도 결사의 자유에 위배되지 않도록 할 것 등 다섯 가지 사항을 권고했다.

노동계는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는 권고안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기색이다. 공공운수노조는 "파업 참가자들에 제기한 형사 고발을 취하하고, 도로 안전과 노동자의 적정 소득 보장에 기여하는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위해 화물연대와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결사위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직접적 제재도 없다"면서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은 사회·경제적 피해와 건설 일용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 생계에 대한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우 제한적으로 취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또 "현재까지 업무개시 불응만을 이유로 형사 제재가 이뤄진 바 없다"고도 했는데, 현재 파업 참가자 2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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