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폄훼, 사과하고 넘어갈 문제 아냐"
부정선거·태극기집회 발언 등 기름 부어
도태우 변호사가 2021년 5월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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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14일 대구 중남구 후보 도태우 변호사 공천을 취소한 데엔 서울 마포을 후보인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장 사퇴 요구가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 민심 악화를 우려한 수도권 후보의 반발과 도 변호사를 둘러싸고 끊이지 않는 논란이 '공천 유지' 결정 번복을 이끈 셈이다.
함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도태우 후보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5·18 정신의 적극적 인정은 국민의힘의 공식적인 노선이고, 이를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식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도 변호사는 2019년 2월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에서 "(5·18) 북한 개입 부분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충실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등의 주장을 했다. 공천 확정 후 그는 과거 발언이 논란이 되자 9일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철저히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을 뿐, 북한군 개입을 주장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앞뒤가 안 맞는 사과에 내부 우려가 이어졌고, 한 위원장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재검토"를 언급했다. 그러나 공천관리위원회의 결론은 공천 유지였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5·18 정신을 존중하고 이어받겠다"는 도 변호사 2차 사과문의 진정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함 회장은 "단순히 말로만 사과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그것이 국민의힘의 선거 승리를 돕는 길이기도 하다"며 "도 후보가 사퇴하지 않을 시 국민의힘 비대위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달라"고 압박했다.
함 회장의 문제 제기는 그를 비롯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 상당수가 여론조사상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함 회장 요구에 대해 "반성하고 (입장을) 바꿨을 때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판단의 문제"라며 "국민의힘에서 공직 후보자가 되기 위해 어떤 시각이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한 의미도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 변호사의) 다른 발언 등은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검토 가능성을 완전히 닫진 않았지만, 논란을 더 키우지 않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잦아들지 않으면서 당 지도부와 공관위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 변호사는 5·18 북한 개입설 발언 외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부당함을 주장하고, 지난 총선 후 '부정선거'를 주장한 단체에 참여한 이력까지 있다. 과거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게시물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논란이 일었다. 또 태극기집회에 참여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문재인의 이런 기이한 행동을 볼 때 죽으면 그만 아닌가 그런 상상을 해보게 된다"고 비하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뇌물 혐의가 있던 정치인은 죽음으로 영웅이 되고 소속 당은 그로 인해 이익을 봤다"고 말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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